"진돗개와 같은 끈기와 승부근성 외에는 기댈 것이 없습니다. 그것이 오히려 힘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죠."대회 출전경비를 마련하느라 끙끙 댈 정도로 재정 형편이 어려운 시골의 한 중학교 럭비팀이 전국 대회를 휩쓸며 우승기를 거머쥐고 있어 화제를 낳고 있다.
전남 진도에 있는 사립(학사법인 청사학원) 진도중학교 럭비팀 선수들이 그 주인공.
진도중 럭비팀은 연간 6차례 열리는 전국대회 가운데 잘해야 1∼2차례 참가한다. 출전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팀은 창단 7년 만에 전국대회에 3차례 우승하고 3차례 입상하는 신화를 창조했다.
1998년 3월 창단한 이 팀은 훈련 돌입 4개월 만에 '제25회 문화관광부 장관기 전국 중·고 럭비대회'에서 3위에 입상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창단 이듬해인 99년에는 전국 춘계리그전 중·고대회에서 3위에 입상했고 같은 해 '제28회 전국소년체전'에서 준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2000년 '제27회 문화관광부장관기 대회'에서는 창단후 처음으로 우승하는 감격을 맛보았고, 지난해와 올해 각각 제23회, 24회 충무기 전국 중·고 럭비대회에서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진도중학교의 우승이 다른 학교의 우승에 비해 더욱 값진 평가를 받은 것은 선수 부족과 열악한 재정 여건 속에 이뤄내는 쾌거이기 때문이다.
이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진도의 명물인 '진돗개'와 같은 선수들의 끈기와 승부근성 덕분이다. 팀 단장인 최병화(58) 교장은 "이곳 시골에서 나고 자란 우리 학교 선수들은 다른 지역 선수들에 비해 체격은 떨어지지만 지구력과 정신력이 남다르다"고 말한다.
진도중은 전체 남학생 수가 272명인데 이 중 럭비 선수는 20명이다. 대회 출전 엔트리가 18명인 점을 감안하면 후보 선수도 없이 팀을 꾸려가고 있는 셈이다.
부족한 재정으로 훈련비가 빠듯해 전지 훈련 등은 꿈도 못 꾼다. 전국체전은 전남도교육청에서, 충무기 대회는 진도군에서 재정 지원을 받아 참가하고 있는 형편이다.
진도중이 여러 인기 종목을 포기하고 럭비팀을 창단한 것은 학교와 학부모들의 넉넉치 않은 재정형편 등을 고려할 때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축구 등 인기 종목의 경우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해야 하는 등 일찍부터 학교와 학부모의 뒷바라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꿈도 꿀 수 없었죠."
현재 감독을 맡고 있는 범준 체육부장의 전공이 럭비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범 감독의 체계적인 훈련과 헌신적인 노력에 선수들의 불굴의 투지가 맞아떨어지면서 전국 최강팀으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이 학교는 이미 여러 명의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배출했다. 한국청소년대표팀의 허동구(고려대), 박민우(고려대)씨 등이 이 학교 출신이고 다른 명문팀에도 많은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다.
최 교장은 "무엇보다 재정적인 제약으로 선수단 운영에 어려움이 많지만 끈질긴 근성과 투지로 밀고 나가겠다"고 말했다.
/진도=김종구기자 so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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