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창단 이후 팀 최다 연패(10연패)의 긴 터널을 벗어났다.19일 대구 홈구장에서 열린 기아와의 시즌 5차전. 삼성은 그야말로 '계엄상황'이었다. 불펜에는 1∼3선발을 제외한 모든 투수들에게 5분 대기 명령이 내려진 가운데 선발 배영수는 삭발을 한 채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초반 상황은 또 다시 삼성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1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기아 이종범이 선제 솔로홈런을 뽑아내는 순간 삼성 덕아웃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2회까지 2―2의 공방을 펼치면서 11연패의 불길한 그림자가 기웃거리기 시작하던 위기의 순간에 '만세타법'의 양준혁(사진)이 있었다. 양준혁은 3회말 1사1루에서 상대 선발 강철민의 2구째를 통타, 우중간 담장을 넘는 125m짜리 통쾌한 역전 투런 홈런을 작렬했다. 양준혁의 홈런을 신호탄으로 찬스 때마다 헛방망이를 돌리던 팀 타선은 적시 3안타를 집중시키면서 2점을 더 달아나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결국 삼성은 선발 요원인 권오준을 중간 계투 요원으로 동원하고 특급 마무리 임창용을 8회에 조기 투입하는 총력전을 펼친 끝에 6―4 승리를 챙겼다. 지난 5일 5점차로 앞서던 9회초 현대 정성훈의 만루홈런에 덜미가 잡혀 10―14 충격의 패배를 당한 뒤 12경기(무승부 포함) 보름 만에 맛보는 승리의 꿀맛이었다. 한편 이날의 영웅 양준혁은 시즌 10호째를 쏘아올리며 장종훈에 이어 두번째로 1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의 대기록을 달성하는 두 배의 기쁨을 누렸다. 배영수는 2003년 8월12일 대구 한화전 이후 10연승을 내달리며 무너진 팀 마운드 재건에 주역이 됐다.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현대가 장단 29안타를 주고받는 난타전을 펼친 끝에 끈질긴 저력을 발휘하며 막판까지 추격전을 벌인 롯데를 11―8로 힘겹게 따돌렸다. 이날 정성훈은 1회 2루타, 2회 3점 홈런, 3회 좌전안타에 이어 5회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때린 뒤 3루까지 내달렸지만 롯데 수비라인의 정확한 송구에 걸려 3루에서 태그아웃, 아깝게 생애 첫 사이클링히트를 놓쳤다.
잠실전에서는 두산이 SK를 3―1로 따돌렸고 대전 경기에서는 장단 16안타를 몰아친 LG가 한화를 11―3으로 대파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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