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영. '백만송이 장미'(KBS2)의 주연으로 결정된 그 순간부터 그녀의 연기는 끊임없이 입방아에 올랐다. '어색해서 못 봐주겠다'는 의견 일색이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요즘, 꽤 좋아졌다. 결혼에 이르기까지 힘든 가슴앓이 과정도 무리없이 소화해 냈다. 연기력 향상의 숨은 비밀은 다름 아닌 조연출 함영훈 PD의 개인과외. 애초 그녀를 캐스팅 할때 제작진은 "얼굴은 되는데 연기는 믿을 만한 게 아니다. 가르쳐 가며 하겠다" 했다. 작년 여름, 방송 시작하기 두달 전부터 함PD는 미리 나와 있는 20회분의 대본을 들고 손태영과 연기연습에 돌입했다. 선행학습인 셈. 요즘도 별반 다르지 않다. 녹화 때마다 함PD는 미리 손태영을 만나 그녀의 개인교사 노릇을 하고 있다.요즘 개인교습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사람은 인기드라마 '불새'(MBC)에 출연하고 있는 에릭. 본격적인 연기는 처음인 터라 연기학원에 다니던 그를 오경철 PD는 불러들였다. "너에게는 너만의 스타일이 있다. 학원은 다니지 말고 현장에서 같이 배우면서 하자." 이후 오PD는 1대1 개인교습에 들어갔다.
에릭은 요즘도 2시간 전 촬영현장에 등장, 오PD와 함께 대본연습을 하고 연기지도도 받는다. 물론 완벽하진 않지만 에릭 역시 배역을 꽤나 안정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캐스팅을 앞두고 PD들은 딜레마에 빠진다. 스타를 쓰자니 너무 얼굴이 알려져 식상하고, 반대로 신인을 쓰자니 위험하다. 둘 사이를 저울질 하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것이 "그럼 신인을 데려다가 가르쳐 가며 찍자"는 것이다. "유명한 여배우 보다 아예 신인 데려다 가르치는 게 편해요." '사랑한다 말해줘'(MBC)에 신인 윤소이를 캐스팅하면서 오종록 PD가 한 말이다. 연기도 가르치면 된다. 배우면 늘게 마련이다. 배울 자세가 되어 있는 신인이 폼만 잡는 시건방진 기성 배우보다는 낫다는 소리다. 사실 가장 어려운 쪽은 연기도 안 되면서 배우려고도 않는 이들.
연기력이야말로 타고난 능력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연기학원 관계자의 말은 다르다. "연기력이 일정 궤도에 올랐다고 해도 작품이 바뀌면 캐릭터가 다르기 때문에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원빈 장동건도 꾸준히 연기지도를 받고 있다." 평생교육, 재교육. 먹고 살려면 평생 배워야 하는 시대다.
그렇다면 연기자들은 어떤가. 타고난 외모, 타고난 끼를 평생 먹고 살 자격증 쯤으로 맘 편하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송혜교는 '풀하우스'(KBS)로, 성유리는 '황태자의 첫사랑'(MBC)으로, 새 드라마를 시작할 때마다 연기력 논란이 끊이지 않는 여자연기자들이 대거 브라운관으로 돌아온다. 그들에게 "모자라면 배우기라도 해야지." 이렇게 말한다면 무례한 걸까?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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