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백 한번째 프로포즈' 라는 영화가 있었다. 어느 얼굴 못 생긴 남자가 이 여자 저 여자에게 백번이나 프러포즈했는데도 딱지를 맡고, 백 한번째의 여자에게 이게 마지막이다 하고 온갖 공을 들여 프러포즈하는 얘기였다.그 영화처럼 스스로 백번도 넘게 선을 보았다고 말하는 젊은이를 만났다. 그러니까 선에 관해서는 도를 통한 젊은이였다. 그는 선을 백번 넘게 보는 일이야말로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유는 뒤로 갈수록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 마지못해 나가는 자리이기 때문이란다. 그런데도 자신의 어머니는 그보다 더한 인내와 끈기로 자신의 등을 민다고 했다.
"처음엔 마주 앉아도 상대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잘 보이지 않아요. 아마 그래서 놓친 좋은 사람도 많았을 거에요." 그러면 지금은 왜 계속 놓치고 있냐니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지금은 선을 보는 게 아니라, 선을 보러 나온 상대의 모습에서 정확하게 제 모습을 보는 거에요. 그러니 안 되죠."
그 말의 뜻을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했다. 선도 오래 보다 보면 상대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본다는 말만 어떤 화두처럼 들렸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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