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정부, 공공부문 대책 발표/비정규직 가이드라인…기업 큰 파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정부, 공공부문 대책 발표/비정규직 가이드라인…기업 큰 파장

입력
2004.05.20 00:00
0 0

19일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은 단순히 공공부문에 한정되지 않고 민간부문에까지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해 큰 파장을 초래할 전망이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도 "민간부문 파급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혀 이번 대책의 기본내용은 향후 기업에서도 그대로 적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연내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 보호법안 역시 이 대책을 기준으로 마련될 것이 확실시된다.이번 대책은 노동계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요구하면서 "정부가 앞장서서 비정규직을 양산해냈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점을 고려한 것이다. 당초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방안이 노동부에 의해 제출됐으나 경제부처의 반발로 현재의 수준으로 낮춰졌다.

대책안의 골자는 공무원이나 정규직의 업무를 똑같이 수행하고 있는 비정규직은 공무원이나 정규직으로 바꾸고, 정규직화하기 어려운 직종의 경우 민간부문의 동종 업무 종사자 수준까지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다.

공무원화하는 각급 학교 도서관사서의 경우 지방자치단체나 대학에서는 공무원으로 채용돼 있어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왔고 영양사 역시 초·중등교육법 개정에 따라 2006년부터 공무원 전환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상시위탁집배원도 기존 공무원과 동일한 업무를 하는 점이 감안됐다.

환경미화원 2만1,657명과 도로보수원 3,211명은 정년까지 무기한 계약하는 서울시 사례에 준해 정규직화하기로 했다. 정규직 부족에 따라 계약직으로 운영되는 근로복지공단의 고용보험 및 산재재활 담당자는 직무·업무량 분석을 통해 상시적으로 필요한 인력으로 나와 3년에 걸쳐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했다.

처우개선 대상은 각급 학교의 조리보조원과 조리사, 사무·교무·실험·전산·실습보조, 정부부처의 사무보조 등 6만5,567명. 조리보조원 등 학교 비정규직의 경우 현재 일용직에서 1년 단위 연봉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임금도 기능직 10급 초임 호봉을 적용 받게 돼 임금이 5년간 7.1%씩 오른다. 또 퇴직금 지급과 병가 및 경조사휴가 인정,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보장 등도 이뤄진다. 일용직인 정부부처 사무보조도 계약갱신이 필요 없고 공무원 호봉적용을 받는 '기타직 보수체계'로 운영, 고용안정과 처우를 개선키로 했다.

이번 대책을 통해 공무원화와 정규직화가 이뤄지는 직종들은 기업들도 상당수를 고용하고 있어 조속히 정규직화를 추진해야 할 형편이다. 이번 대책이 갖고 있는 기본 정신인 동일노동 동일대우의 원칙에 따라 이외의 직종도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한다면 정규직화가 불가피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따른 비용증가 때문에 기업이 얼마나 정부의 의도를 따라줄지는 의문이다. 이 같은 비용부담을 향후 관련법 입법 때 얼마나 줄여줄 수 있을지가 정책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노동부 직업상담원의 계약자동갱신에 의한 정규직화는 이미 시행 중이며 상시위탁집배원 역시 2002년 공무원 전환이 결정돼있어 정부대책이 '속빈 강정'이라는 지적이 노동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시설관리, 청소 등 정부 내 파견·용역근로자에 대한 대책은 뚜렷한 내용이 없어 이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勞 "생색내기용 재탕 정책"

노동계는 19일 발표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이 '생색내기용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며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노동계는 비정규직 보호입법 등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이번 대책은 민간부문에 파급되지 않고 일회성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노동부 직원들을 상대로 한 강연회에서 "3만여명의 정규직 전환은 정부대책이 이미 시행 중이거나 사용자측과 합의한 내용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지는 재탕정책"이라며 "민주노총으로서는 이를 대책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이수봉 교육선전실장도 "환경미화원의 경우 이미 정년이 보장돼있는 등 이번 정책 대부분이 새 내용이 아닌데다 정규직화 제외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 수준도 애초 계획보다 대폭 후퇴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인근에서 공공연맹 노조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에 대한 항의집회를 가졌다.

한국노총 역시 정부대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민간부문에 확대될 수 있도록 추가적 조치를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마련에 대한 의지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계속 고용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체를 정규직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기간제 교사와 학교급식 조리원 등 이번에 정규직화 대상에서 빠진 상당수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에 대해서도 보호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또 "이번 조치를 민간부문으로 확대하기 위해 비정규직 보호입법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진황기자

■財 "확산땐 비용 감당못해"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일자리만 줄어들 거다. 정규직 '철밥통'부터 개선해야 한다."

재계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이 민간부문의 비정규직 처우개선 압력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 때문에 비정규직을 늘렸는데, 비정규직에 대해서도 정규직에 버금가는 대우를 해야 한다면 차라리 채용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조치가 노동계에 지나친 기대감을 갖게 해, 노조가 경영진에게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며 "공공부문의 정규직 전환은 국민 세금으로 비용을 충당하면 되겠지만, 기업들이 그 많은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노동계 요구대로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의 85% 수준으로 올릴 경우 26조원이 소요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하려면, 비정규직 확산의 원인인 정규직의 경직성부터 없애야 한다"며 "민간부문 비정규직 문제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알아서 하도록 해야 하며 점진적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 그룹들도 비정규직 처우개선 방안을 고심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비정규직이 1만명(보험설계사 포함시 5만5,000여명)에 육박하는 삼성은 오래 전부터 아웃소싱 등 비정규직 축소 방안을 구상해 왔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자동차·조선 업계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현대차는 정규직 4만명에 비정규직이 8,000명(노조는 1만3,000∼2만명 주장)인데, 현재 정규직의 66% 수준인 임금을 올릴 경우 심각한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반응이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