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화려한 대형공연이 유독 많다. 1년간의 대극장 보수공사를 마치고 재개관한 세종문화회관은 해외 유명단체와 예술가를 싹쓸이하다시피 끌어 모아 오페라·발레·콘서트로 '명품' 행진을 주도하고 있다.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의 '카르멘' 등 값비싼 호화 오페라가 줄줄이 이어지고, 외국의 각광받는 무용단들이 대거 방한해 국내 무용가들의 무대를 상대적으로 위축시키고 있다.이런 번쩍번쩍한 공연들에 가려져, 작지만 알차고 조촐해서 더욱 정감있는 공연은 별로 주목받지 못한 채 소리없이 사그러드는 느낌이 없지 않다. 그러나 진짜 애호가라면 규모만 보고 공연을 고르지 않는 법. 대형무대에서는 맛보기 힘든, 섬세하고 정밀한 앙상블의 묘미가 돋보이는 실내악 콘서트를 소개한다.
●쿼르텟 21
제1 바이올린 김현미, 제2 바이올린 장혜라, 비올라 위찬주, 첼로 박경옥으로 이뤄진 현악사중주단이다. 1991년 창단, 국내외에서 꾸준히 활동하면서 다양한 레퍼토리와 원숙한 화음의 빼어난 연주로 미더운 시선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음악이나 한국 작곡가의 작품도 열심히 연주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1월 정기연주회로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 시리즈의 대장정을 마친 데 이어 12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아시아 순회공연을 했다.
이번 연주회 프로그램은 하이든의 현악사중주 '황제'와 야나체크의 현악사중주 2번 '내밀한 편지', 슈베르트의 현악사중주 '로자문데.' 고전(하이든)과 낭만(슈베르트), 현대(야나체크)를 아우른데서 남다른 의욕과 자신감이 느껴진다. 26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02)586―0945
●보로메오 쿼르텟
미국의 커티스음악원 출신 젊은 연주자들이 1989년 만든 현악사중주단이다. 이미 두 차례 내한공연에서 뛰어난 연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니콜러스 키친(제 1 바이올린), 윌리엄 호드켄호이어(제 2 바이올린), 마이 모토부치(비올라), 한국인 김이선(첼로)으로 이뤄져 있다.
지난해 바르토크의 현악사중주 전곡 연주에 이어 이번에는 브람스 현악4중주 전곡(1∼3번)을 연주한다. 브람스 음악은 특유의 우수 어린 빛깔과 치밀하고 깊은 감흥으로 충성스런 매니아 층을 거느리고 있는데, 현악사중주는 실내악 중에도 가장 정교한 형식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는 연주회다.
보로메오 쿼르텟은 미국의 보스턴에 자리를 잡고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으며, 미국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로부터 '두 말 할 나위 없이 최고' 라는 극찬을 받았다. 20일 오후 8시 호암아트홀. (02)751―9606
●화음체임버오케스트라
19명의 현악 주자로 이뤄진 이 단체는 7년 밖에 안되는 짧은 연륜에도 불구하고 빼어난 연주와 신선한 레퍼토리로 많은 고정 팬을 거느리고 있다. 지휘자와 악장이 주도하는 수직적 질서의 여느 단체와 달리 지휘자 없이 4명의 리더 그룹이 자율과 토론으로 이끄는 민주적 체제가 이 단체에 특별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리더 그룹의 배익환(바이올린), 마티아스 북홀츠(비올라), 조영창(첼로), 미치노리 분야(베이스)는 모두 세계적인 연주자들. 나머지 단원들도 모두 독주자로서 풍부한 경험과 뛰어난 기량을 갖추고 있다.
로시니의 '현을 위한 소나타 6번', 롤라의 '비올라와 현을 위한 협주곡'(비올라 독주 마티아스 북홀츠), 히나스테라의 '현을 위한 협주곡 Op.33'을 연주한다. 히나스테라의 작품은 한국초연이다. 29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780―5054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