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미안하구나. 어느 부모라고 아이를 제대로 된 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겠니. 그래도 초등학교 2학년인 너를 공사트럭이 쌩쌩 달리는 큰 도로 너머 먼 학교에 보낼 수는 없었잖겠니. 공사판 학교는 못난 어른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어리석은 짓이었단다."경기 용인 구갈택지지구에 입주를 앞두고 있는 양모(34·여)씨는 며칠전 딸아이가 다닐 갈곡초등학교를 둘러보고는 너무 속이 상했다. 5층짜리 학교건물 중 3개층만 제대로 모양을 갖췄고 나머지층은 공사 자재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이 학교는 30일 전국 처음으로 공사중 개교할 예정인 학교. 양씨는 집으로 돌아와 눈물을 머금고 딸아이 앞으로 참회의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네가 뛰어 놀다 행여 못이라도 밟지 않을까, 윗에서 떨어진 공사자재에 맞아 다치지나 않을까. 방정맞은 생각이 꼬리를 물고 피어났단다. 당황한 학부모는 엄마 뿐만이 아니었다. 한 엄마는 '신갈이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된 때가 7년 전인데, 담당자들은 도대체 뭘하고 있었느냐'고 목청을 높였단다. '더 안전한 학교가 아니라 덜 위험한 학교로 보낼 수 밖에는 없는 현실이 너무 속상하다'며 울먹이는 한 엄마를 보곤 엄마도 한참 울었다."
양씨의 편지는 계속된다. "하지만 어쩌겠니. 이 학교를 못 다니면 더 위험한 통학길을 오가야 한다는 걱정에 어쩔 수 없이 (개교심의위원 자격으로) 공사중 개교에 표를 던질 수 밖에 없었단다. 이번에도 어른들이 정말 잘못했다. 너에겐 어려운 얘기이겠지만, 교육행정과 도시계획의 총체적 부실과 공무원아저씨들의 무책임이 낳은 결과란다. 공사판학교 같은 것은 절대 닮아서는 안 된다. 공사중인 교실은 잊어버리고 선생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라. 사랑한다…."
/이왕구 사회2부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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