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 안무가 지리 킬리안(57)과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NDT)는 친숙한 이름이 됐다. 1999년과 2000년 NDT Ⅰ이 한국에 와서 보여준 킬리안의 작품은 세련되고 우아한 감각으로 관객을 매혹시켰다.예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테크닉과 상상력으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킬리안은 오늘날 유럽 최고의 안무가로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체코 출신인 그는 1978년부터 21년간 NDT 예술감독을 맡아 많은 화제작을 만들었고, 지금은 NDT 예술고문과 상임 안무가로 있다. 오하드 나하린, 나초 두아토 등 일급 안무가들을 키워낸 주역이기도 하다.
NDT에는 3개 단체가 있다. 최고 기량의 주력 팀인 NDT Ⅰ, 이제 막 무용수로 발돋움하는 17∼22세의 단원들로 이뤄진 NDT Ⅱ, 40세 이상 베테랑 무용수들의 NDT Ⅲ가 그것이다. 그 중 NDT Ⅲ의 내한공연이 27∼30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열린다. 목∼토 오후 7시 30분, 일 오후 4시.
나이 든 무용수들의 공연이라 처질 것이라고 지레짐작할 필요는 없다. 그들에게 맞고, 그들이라야 제대로 출 수 있는 작품들을 해왔기 때문이다. 서울에 가져오는 작품은 킬리안의 '시간이 시간을 필요로 할 때'와 'Birth―Day', 또 다른 거장 안무가 한스 판 마넨의 짧은 소품 'Two Face'이다. '시간이…'는 5명, 나머지 2편은 2명이 춘다.
킬리안의 작품은 클래식 발레에 바탕을 둔 것이지만, 좀 더 유연하고 진취적인 형식을 취함으로써 현대무용의 과감한 공세에 포위되어 맥을 못추던 발레의 돌파구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잘 훈련된 무용수만이 소화할 수 있는 정교한 동작, 음악과 춤의 빈틈 없는 조화,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이는 조명, 영상을 도입하는 실험성, 철학적 메시지에 유머를 입혀 무겁지 않게 빚어내는 솜씨가 그의 작품에 녹아있다. (02)580―1300
/오미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