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태국, 호주 등 국내 쌀개방을 위한 주요 이해당사국과의 양자간 1차협상이 마무리됨에 따라 이들 국가의 협상카드가 윤곽을 드러냈다. 중국이 표면상 다소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국내 쌀시장의 관세화 전환 보다는 유예 연장쪽에 무게를 두며 그 대가로 자국산 쌀의 공급확대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관세화 보다는 수출물량 증대에 관심
20일 농림부와 외교통상부 등에 따르면 주요 쌀 협상국들이 제시한 1차 협상카드는 국내 쌀시장의 관세화 전환 보다는 수출 물량 확대와 안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일 첫 협상을 벌인 미국은 '미국산 쌀의 실질적이고 안정적인 한국 시장 접근'을 제시했다. 이는 미국이 현재 국내에 수출하고 있는 수준을 계속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또한 현재 가공용으로만 사용되는 자국산 쌀을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도록 요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그동안 국내 쌀 의무수입량(MMA)의 27∼28%를 수출해왔으며 지난 해는 의무수입량 19만9,528톤중 5만5,000톤을 차지해왔다.
태국과 호주도 입장은 비슷하다. 국내 수출물량의 안정적 확보만 보장된다면 굳이 관세화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것. 태국은 기본적으로 관세화를 선호하지만 자국산 쌀의 수출량을 확고하게 더 늘리는 방안이 제시된다면 관세화 유예 연장에 대해서도 타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호주도 자국산 쌀을 일정 물량 이상 수출하는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쌀 의무수입량의 57%를 차지했던 중국은 이번 협상에서 우리측에 관세화 유예 연장에 대한 타당성을 집중 추궁, 표면상 관세화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비춰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 같은 태도는 자국의 수출물량을 더 늘리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 서진교 부연구위원은 "미국, 태국, 호주 등 3국이 비슷한 입장을 보이고 있고 중국이 톤을 달리하고 있다"며 "하지만 1차 협상에서 보여준 중국의 입장이 실제 속마음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의무수입량 증대 폭이 관건
아직 나머지 협상참가 5개국과의 1차협상이 남아있지만 일단 협상 분위기는 우리측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가 자국산 쌀의 수출물량 증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어 과연 우리측이 이를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느냐가 협상의 관건이다.
쌀 협상 전문가들은 우리측이 감내할 수 있는 의무수입량은 8%선이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일본과 대만이 각각 7.2%, 8%에서 쌀 재고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관세화로 전환했던 점을 감안, 8%선(41만톤)을 넘어서면 우리도 유예연장 보다는 관세화를 택하는 것이 실리 차원에서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올해 국내 의무수입량은 20만5,000톤(4%)이다.
하지만 8%선에서 유예 연장에 성공하더라도 현재의 급격한 쌀 소비감소 추세를 감안할 경우 10년뒤에는 표면상 8%는 실질적으로 12% 수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8%선도 우리나라가 감내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단 이들 국가가 요구하는 수출 증대 물량을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농림부 고위 관계자는 "평면적이 아닌 입체적으로 실리를 추구하는 차원에서 협상을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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