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범죄나 선정적 내용을 재연하는 방송 프로그램에 어린이를 출연시키거나, 뉴스 등에서 범죄 피해자인 청소년에게 상황을 인터뷰하는 것이 금지된다. 또 드라마 등에서 특정상품 명칭이나 상표, 로고 등을 일부 바꿔 간접 광고하는 행위도 엄격히 규제된다.방송위원회는 19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개정 시안을 공개했다. 방송위는 현행 방송심의규정이 급변하는 사회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내용이 지나치게 모호하거나 일관성이 없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3월 각계 전문가들로 심의규정 정비위원회를 구성, 개정 방향을 논의해왔다.
정비위원회 위원인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가 이날 공청회에서 발제한 개정 시안은 어린이·청소년을 보호하고, 인권침해를 강력히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범죄 등 재연 프로그램의 어린이 출연 금지와 함께 어린이·청소년을 성폭력·유희의 대상으로 묘사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오락뿐 아니라 뉴스, 교양 프로그램에서도 '몰래 카메라'에 의한 인권침해가 적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몰래 녹음 또는 촬영한 것을 당사자 동의없이 방송하지 못한다는 조항에서 '흥미를 목적으로'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또 정신적, 신체적 장애는 물론 최근 오락프로그램에 만연한 외모에 대한 조롱과 차별도 인권침해에 포함시켰다.
간접광고 규제도 대폭 강화했다. 간접광고는 지난해 지상파 방송에 대한 제재 315건 중 259건(협찬고지 위반 포함)을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 이에 따라 규제 대상에 최근 드라마에서 흔히 사용되는 특정 상품의 이름 한자, 디자인 일부를 바꾸는 수법을 비롯해 특정 상품이나 기업, 영업장소, 공연 등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거나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는 행위, 협찬주를 사실상 홍보해주는 내용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개정 시안은 이밖에 스포츠·게임 등에서의 지나친 폭력 출연자에 대한 가학·피학적 내용 훼손된 시신 방송 범죄수법 상세 소개 등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공청회에서는 개정 시안이 공익성을 앞세워 규제를 지나치게 강화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송일준 MBC 책임PD는 "범죄 재연도 프로그램에 따라 성격이 다른데, 어린이 출연을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김동현 한국광고단체연합회 전무는 "폐해를 없애기 위해 아예 간접광고를 못하게 것은 환부를 고치려다 환자를 죽이는 격"이라고 반박했다.
심원필 CJ미디어 영화사업국장도 유료정보 서비스 제한에 대해 "시청자 참여 활성화에 저해된다"면서 "무조건 금지하기보다 사안에 따라 규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법정 제재가 아닌 주의, 권고 등도 제작진은 중징계나 다름없는 타격을 입는 만큼 구제 절차가 필요하고 공영방송과 민영방송, 유료방송을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심의규정의 틀 자체와 심의위원의 구성절차 등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방송위는 이날 공청회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토대로 시안을 보완해 28일 심의위원 워크숍에서 최종안을 확정한 뒤, 입법예고를 거쳐 9월 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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