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르치지 않아서 널 시장판으로 내몰았다' 며 늘 가슴 아파하셨던 엄마에게 가장 큰 선물이 될 것 같아요."송연숙(宋連淑·43)씨는 수상소식을 전해듣고 가장 먼저 친정어머니를 떠올렸다고 말한다. 강원도 원주에서 2남3녀중 큰딸로 태어난 송씨는 가난한 집 큰딸들이 흔히 그렇듯 오빠와 동생들을 위해 대학입학통지서를 눈물을 머금고 찢어 버려야했다. 이후 엄마는 딸의 불운한 결혼생활까지 자신 탓으로 돌리며 늘 힘들어했다.
송씨의 삶이 소박한 천국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결혼 4년째 둘째 딸아이를 낳은 직후. 가난해도 임시공무원으로 다정다감했던 남편이 경마도박으로 전재산인 전세금 1,200만원을 날리면서 부터다. 단칸 월셋방에서 퉁퉁 불어터진 라면으로 주린 배를 채우던 시절, 송씨는 자면서도 배가 고파 입술을 오물거리는 두 딸을 보면서 '나라도 나서야겠다'고 결심했다. 손윗 시누이가 힘겹게 마련해준 500만원을 들고 나물좌판을 임대한 것이 10년째 생업이 됐다.
"처음엔 얼마나 숫기가 없었던지 밥도 못 먹었어요. 좌판 벌여놓고 자리를 뜰 수 없으니까 다들 손님이 지나가건 말건 좌판앞에 앉아 밥을 먹는데 도저히 넘어가지를 않아요. 어찌나 낯이 화끈거리던지…. 남들이 다 나만 볼 것 같았죠. 밥 먹는데 딱 일주일 걸리더라구요."
그 얌전한 나물아줌마가 지금은 경동시장 나물상가에서 '또순이'로 통한다. 1년 365일이면 딱 설날과 추석 이틀만 쉬고 일요일도 없이 일한다. 보통 다른 상인들은 1일 2교대로 가족이 함께 일하지만 송씨는 혼자서 새벽 2시부터 저녁 7시까지 17시간을 버틴다.
고단한 일상이지만 송씨는 "시장일을 하면서 세상이 참 살만한 곳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고 말한다. "번드레하게 입고와서 50원, 100원 깎는 야박한 사람들도 있지만 고생한다고 손수 만든 식혜며 송편을 가져다 주는 분들도 많아요. 나물 사러 와서 제가 졸고있으면 시장을 몇바퀴 돌고 다시 오는 분들도 있구요. 세상엔 좋은 사람들이 참 많아요."
열심히 일한 덕에 2년쯤 뒤면 가족들을 위한 작은 보금자리도 마련하게 될 것 같다는 송씨는 "상금 300만원중 200만원은 오랫동안 큰딸 때문에 속앓이를 하셨을 친정부모님을 위해 쓰고싶다"며 행복하게 웃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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