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 3당으로 급부상한 민주노동당에서는 '포스트 권영길'을 이끌어갈 새 지도부 선거가 한창이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정파간 노선다툼만 치열하고, 국민에게 당의 비전과 전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겉으로 보이는 최고위원 경선은 대체로 차분하다. 대표·사무총장·정책위의장 등 당 3역 후보는 물론 부문별 최고위원 후보 모두 한 목소리로 노동자·농민·빈민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민생정치, 2012년 수권을 위한 지지기반 확장 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당 홈페이지(www.pangari.net)와 인터넷 웹진 진보누리(news.jinbonuri.com) 게시판에서는 당내 의견그룹과 각 후보측이 당 강령과 당명 개정, 재창당을 둘러싸고 치열한 노선투쟁을 벌이고 있다. 범좌파계열은 '사회주의'의 원칙과 이상을 계승·발전시킨다는 강령 내용을 전국연합 등 민족주의계열이 '자주·민주·통일운동'으로 격하시키려 한다고 비판한다. 민족주의진영은 당명을 '민족민주당'으로 바꾸는 것을 포함한 재창당을 주장하는 반면 범좌파계열은 "민노당이라는 이름에 수많은 땀과 희생이 스며있고 이제 비로소 대안세력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반대한다. 2002년 대선 당시 민족주의진영 일부에서 권영길 후보의 사퇴와 노무현 후보 지지를 주장한 일, 북한에 대한 양측의 견해차이 등도 쟁점이다.
그러나 이 같은 논쟁은 후보들의 기자회견이나 토론회 등 공개적인 장이 아니라 익명을 활용한 사이버공간에서 불거지고 있다. 이마저도 상대측에 대한 비난과 감정대립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원내 3당의 위상에 걸맞는 전략과 비전 제시에 실패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책위의장 후보들조차 민생개혁법안의 실현방안이나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위한 대책, 정책연구소 운영을 포함한 의정활동 계획보다는 '한국사회의 자본주의를 보는 시각' 등 추상적인 논의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민노당은 최근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 등 사회적 현안에 대해 별다른 대응을 못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와 파병 반대를 가장 소리 높여 외쳐왔으면서도, 내부투쟁에 바쁜 나머지 대변인 논평 이상의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 핵심당직자는 "내부의 논쟁이 국민정서나 관심사와는 약간 다를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며 "앞으로는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한 노력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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