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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숲 이야기/홍릉 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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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숲 이야기/홍릉 수목원

입력
2004.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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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경복궁의 동쪽에 자리잡은 바리산의 청량사(淸凉寺) 주변은 수목이 울창할 뿐만 아니라 샘이 맑고 남서쪽이 트여 늘 시원하고 청량한 바람이 불어 청량리라 불렸다. 하지만 그 숲은 지금 주민의 땔감으로 모두 사라지고 지금은 청량리2동에 있는 국립산림과학원 홍릉수목원의 나무들만이 울울창창하게 도심의 한 복판에 남아있다.산철쭉, 황매화, 모란, 철쭉꽃이 키가 큰 소나무와 상수리나무들과 어우러져 흐드러지게 핀 홍릉수목원을 찾은 시민들은 숲길에서 봄꽃의 환영을 받으며 "서울 한복판에 이런 숲이…" 하고 대부분 놀란다.

홍릉이라는 지명은 1897년 명성왕후 능 부속림으로 지정되면서 붙여진 이름인데, 1919년 그 능이 경기도 금곡으로 이장된 후에도 그 이름은 여전히 오늘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그 자리에 1922년부터 조성된 홍릉수목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으로 1900년대부터 일본인 식물학자와, 당시 임업시험장에 근무하던 나무할아버지 김이만옹 등이 전국 각지로부터 종자 및 어린 묘목을 수집하면서 수목원의 체계가 세워졌다.

국립산림과학원 정문에 들어서면 좌우측에 잎이 뾰족한 침엽수를 모아 식재한 침엽수원이 반기는데 왼쪽의 낙우송은 하늘을 찌를 듯 곧게 자랐고 오른쪽의 화백이나 삼나무들도 시샘하여 울창하게 자라고 있다.

1960년대 까지 총 면적이 99ha(986,815㎡)에 이르렀으나'70년대 초 과학입국을 부르짖으며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이 사용하고 있어 지금은 44ha(435,600㎡)만 남아 있다.

홍릉수목원은 141m의 천장산을 주산으로 남서 사면에 있다. 현재 매주 일요일 개방되는 10ha는 국내외의 다양한 식물 유전자원을 체계적으로 수집 관리하고 기초 식물학 분야 발전은 물론 식물유전자원 확보를 위해 조성한 학술림으로 2004년 현재 157과 2,035종, 20만본 이상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식물은행인 셈이다.

수목원 전체가 풍화가 덜된 화강암 모재 토양으로 수목이 살아가는데 매우 어려운 여건이어서 정상적인 생장이 어려운 토양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환경여건을 개선하기 위하여 그동안 연구된 결과를 토대로 토양개량과 유기질 비료의 시비, 그리고 가지치기와 솎아베기를 하여 오늘날과 같은 울창한 숲으로 유도하였다.

수목원내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나무는 문배나무로 1935년 나까이 교수가 처음 발견한 문배나무 기준 표본목이 있으며 국내에 식재된 모든 두충나무의 아버지나무, 어머니나무 2본이 1920년대 중국에서 도입된 이래 이곳에 서 있다. 서울에서 맨 먼저 꽃을 피워 봄을 알리는 풍년화가 식재되어 있다. 남한에서 오직 한그루인 풍산가문비나무도 자리잡고 있으며, 하얀 나무줄기를 자랑하는 중국원산의 백송도 자리하고 있다. 외국수목원에는 1920년대 식재된 루부라참나무와 낙우송이 있는데 국내에서는 가장 큰 나무로 성장하였다.

1993년 4월 11일부터 매주 일요일에만 개방하여 도시민의 자연학습 및 환경교육을 위하여 공헌하고 있는 청량리의 홍릉수목원의 울창한 숲은 지금도 맑고 깨끗한 공기를 정화하여 서울의 시민께 선사하고 있다.

최명섭

국립산림과학원 박사

hnarbore@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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