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를 위한 제도인가, 금융기관을 위한 제도인가.배드뱅크 출범을 애타게 기다려오던 개인 채무자들이 17일부터 인터넷 등을 통해 접수 예약을 시작한 한마음금융(배드뱅크)에 대거 몰려 들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구제 규모에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배드뱅크 운영위원회는 신용불량자의 채무 중에서 무담보 신용 채권이 아닌 압류, 보증, 담보 채권 등에 대해서는 배드뱅크 이전 여부를 개별 금융기관이 자체 결정하도록 했다. 금융기관 입장에서 정상 채권은 물론 압류, 보증, 담보 채권 등의 경우 배드뱅크에 넣는 것보다 자체적으로 회수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대부분 배드뱅크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상당수 신용불량자들은 배드뱅크 적용 가능 채무액을 인터넷을 통해 조회해 본 뒤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신용불량자 A씨는 조회 결과 총 채무 3,600만원 중 월급 압류가 돼 있는 2,800만원을 제외하고 800만원 가량만 배드뱅크 이용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된 경우. A씨는 "매달 월급의 50%가 압류당하는 상황에서 배드뱅크를 통해 원금까지 갚아 나가야 한다면 도저히 살아갈 도리가 없다"며 "배드뱅크가 오히려 이중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말했다. B씨 역시 배드뱅크 이용 가능 채무는 448만원에 불과하지만 제외 금액은 10배에 가까운 3,689만원에 달하자 아예 배드뱅크 신청을 포기했다. 특히 보증 채무의 경우 보증인이 이미 종적을 감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보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배드뱅크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이용자들의 원성이 빗발치자 배드뱅크 운영위원회 측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이용 제외 채무에 대해서도 해당 금융기관들이 배드뱅크와 동일한 조건으로 채무 재조정을 해 줄 것"이라고 밝히고 나섰다. 하지만 금융기관들은 아직 이런 계획을 전혀 검토한 적조차 없어 오히려 이용자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쏟아지면서 인터넷 상에 '안티 배드뱅크 카페'까지 등장했다. 한 이용자는 "금융기관 입장에서 보면 회수 불가능한 채권만 배드뱅크에 넘기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라며 "신용불량자를 위한 제도가 아니라 금융기관을 위한 제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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