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의 날(19일)을 맞아 미국 위스콘신대학에서 교환교수로 있을 때 생각이 난다. 중앙도서관, 법대, 의대, 경영대 도서관 등 30개가 넘은 도서관 중에서 눈길을 끈 것은 '스틴박(steenbock) 도서관'이었다. 생명과학 및 농학 분야가 강점인 이 도서관은 식품에 일정량의 빛을 적절하게 투사해 비타민D를 증가시키는 방법으로 특허를 얻은 스틴박의 이름을 딴 것이었다.이 발명은 칼슘과 인의 흡수 불량으로 인한 성장기 아동의 구루병을 고칠 수 있는 획기적인 것이었다. 이 대학 교수였던 스틴박은 1920년대 말과 30년대 초에 특허를 획득한 후 이를 대학 측에 양도하였고, 대학은 별도의 연구재단을 설립해 특허권을 집행했다.
위스콘신대는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그로 인한 수입이 엄청난 것으로 유명하다. 이 대학의 예산은 17억 달러(약 2조원)나 되지만 학생 등록금 수입은 14.8%에 불과하다. 미국 국립과학재단으로부터 스탠포드대 다음으로 많은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고, 생명공학을 비롯한 여러 과학 분야에 상당한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다. 이 대학 출신자 및 교수 16명이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위스콘신대의 예는 한국의 대학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대학은 연구개발(R& D) 투자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연구인력이 많은 만큼 획기적인 발명이나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연구자 개인에 대해 연구·발명 결과와 노력에 상응하는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청색LED 발명에 대하여 사상 유례 없는 액수인 200억엔의 보상금 지급을 이끌어 낸 일본 발명가에 관한 기사가 있었는데 한국의 연구원이나 발명가도 봉급생활자에 머물거나 직무상의 발명에 대해 명목적인 수준의 보상을 받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구·발명으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력이나 자원이 부족한 우리가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 주체인 연구원들이 연구개발 의욕을 갖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특허법이나 발명진흥법 등 여러 법에 흩어져 있는 규정들을 직무발명을 지원하도록 통일화해야 할 것이다.
특히 대학은 연구·발명에서 수익 획득에 이르는 전 과정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다행히 '기술 이전 촉진법'이나 '산업교육 진흥 및 산학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등은 국립대학이 기술 이전 전담 조직을 통해 교수 등의 발명을 독자적으로 권리화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놓았다.
그러나 이런 차원을 넘어서 대학 자체가 연구·발명을 지원하고, 특허 등 지적재산권을 획득하고, 지적재산권 침해 행위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며, 지적재산권을 마케팅하면서 창업을 지원할 수 있는 유기적인 조직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유기적인 활동을 통해 대학은 수익을 얻게 되고 이를 다시 연구활동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대학은 보유 연구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재정난을 완화하는 데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국가적으로는 이공계 기피 현상을 해결하는 데도 큰 몫을 할 수 있다. 대학에서 연구발명의 성과가 다시 연구개발에 투자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수많은 인력이 지금보다 훨씬 창의적으로 연구개발에 몰두할 수 있을 것이다.
/이기수 고려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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