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라는 걸출한 진행자에 힘입어 토론문화가 부재했던 한국 방송 현실에서 공개적 논의의 광장을 제공했다."20일 200회를 맞는 MBC '100분 토론'(목 밤 11시5분) 제작진의 자평(自評)이다. '걸출'까지는 몰라도, '젊고 대담하고 차별화한 토론'을 지향하는 '100분 토론'이 대표적 TV 토론프로그램으로 자리잡는데 진행자의 공이 컸음은 물론이다.
정운영 경기대 교수와 당시 사회평론가였던 유시민 의원에 이어 101회부터 토론을 이끌어온 손석희(48) 아나운서는 "한국의 토론 문화를 선도했다면 좀 건방진 말이겠지만, 사회에 의제를 던져주기 위해 노력했고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손씨는 " '정숙'이란 표어를 보고, '침묵은 금이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자라서인지 토론을 잘 안 하려하고, 이기고 지는 싸움으로 생각해 꺼리는 분들도 많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TV토론이 양적으로 늘어난 반면, 질적인 변화가 없다는 평가에는 반론을 폈다. "토론을 통해 어떤 결론을 내야 한다는 계몽주의적 시각에서 보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판단은 시청자의 몫이고, 결론이 굳이 필요없는 주제도 있다. 또 TV토론에 힘입어 인터넷 등 뉴미디어의 토론문화가 활성화하는 등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진행자로서 양쪽 패널들이 자신의 주장과 근거를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도록 돕는데 중점을 둬왔다"는 그는 진행이 편파적이라는 일부의 지적을 무척 억울해 했다.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의 이미지와 혼동해 빚어진 오해인 것 같다"면서 "오히려 제작진은 '기계적 형평'을 내세워 너무 개입을 안 한다고 불만"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화제의 인물과의 1대1 인터뷰로 진행되는 '시선집중'이 토론 진행에 큰 도움이 되지만,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개인적 관계를 만드는 것은 되도록 피한다"고 밝혔다. 우리사회가 '안면 사회'여서 사람을 많이 알면 방송진행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선거철마다 이어진 정치권의 '러브 콜'을 마다한 까닭에 대해서는 "부지런하지 못해 (정치와) 맞지 않는다. 지금이 더 행복하고, 방송인으로 봉사할 것이 더 많다"고 답했다.
손씨는 "그동안 선거 영향으로 정치문제를 많이 다뤘는데, 앞으로는 정책을 중심으로 스펙트럼을 넓히고 형식도 다양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작진도 같은 생각이다. 박완주 총괄PD와 이영배 PD는 "넥타이 풀고 하는 토론 등 형식 깨기를 시도할 것"이라면서 "변화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프랑스, 영국 등 해외사례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회 특집은 '경제 회복과 노사화합을 위한 노·사·정 대토론회'로 꾸민다. 여야 3당 경제 전문가와 노·사·정 대표 1명씩 참여, 시간제약을 두지 않는 '끝장 토론'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정치개혁과 NEIS 파문 등 두 차례 밤샘 '끝장 토론'을 진행한 바 있는 손씨는 "이런 프로그램은 좀 좋은 시간대에 방송하라고 써달라"고 뼈있는 소리를 덧붙였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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