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2사단 병력 3,600명의 이라크 차출이 확정되고 더 나아가 이들이 아예 귀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한반도에서 이 병력이 없을 경우 어느 정도의 안보공백이 초래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이들의 부재는 상당한 타격이지만 한국군과 남아있는 주한미군으로 충분히 메울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안보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아 이를 둘러싼 논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은 한국의 자주국방계획과 주한미군 전력증강계획 추진에 속도를 내면서 한국군 운용 범위를 확대하는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또 지상군의 공백을 메울 공군 등 대체전력을 한국과 일본에 투입할 가능성도 있다.
미 2사단의 전투력
2사단은 이라크전에서 위력을 발휘했던 M1A1 전차와 M2 신형 브래들리 보병전투차량, AH-64D 아파치 롱보우 공격용 헬기, 227㎜ 다연장 로켓(MLRS) 등 막강한 화력을 보유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유사시 증파전력까지 감안했을 때 2사단은 한국군 군단급의 전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라크 차출이 유력한 2여단은 판문점에서 수㎞거리에 위치한 캠프 그리브즈에 주둔 중인 506보병 1대대와 동두천 캠프 캐이시의 503보병 1대대, 인근 캠프 호비의 9보병 1대대로 구성돼있다. 미군은 병사 한사람 한사람이 공격병기라는 뜻에서 2여단을 '공격여단(strike brigade)'이라고 부른다. 2여단은 2개의 공중강습대대(기동헬기를 이용해 침투하는 보병)를 갖춘 독특한 편제를 갖고 있다.
서부전선을 맡고 있는 1개 여단이 빠질 경우 안보공백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는 여기서 비롯된다. 1개 여단 차출과 함께 상당 규모의 장비와 탄약 등 전시비축물자를 빼내가면 한국군의 부담은 그만큼 커지게 된다.
국방부 "안보공백 없다"
국방부는 1개 여단이 없어도 한미연합방위태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권안도 정책실장은 "유사시에는 주한미군뿐 아니라 수십만명의 미군이 증원된다"며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의 숫자보다는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 실장은 이어 "차출되는 1개 여단은 보병부대 위주로 포병·항공·기갑전력은 그대로 있기 때문에 전체 전력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1992년 12월 문산과 파주 일대에 주둔했던 2사단 3여단이 미 워싱턴주 포트루이스로 철수했을 당시 K-1 전차와 K-200 장갑차, K-55 자주포 등으로 무장한 한국군 6군단 기갑여단으로 공백을 잘 메웠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2여단의 공백은 한국군을 이동 배치해 메우기보다는 전시에 2사단을 작전통제하는 한국군 7군단 예하 기계화보병사단이나 2여단 주둔지 인근에 있는 6군단 예하 사단의 책임지역 확대로 보완할 가능성이 높다.
군 당국은 지난해 발표한 자주국방계획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미 2사단의 재배치에 대비해 왔다. 이 계획에는 최신형 전차 등의 증강배치와 일부 사단의 기계화 부대전환,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도입 등이 담겨 있다.
주한미군 전력증강 계획
한미연합사령부는 3일 110억 달러(약 14조원)를 투입하는 주한미군 전력증강계획의 일환으로 현재 대대급인 패트리어트 부대를 여단급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3년간 진행되는 전력증강계획에는 이 밖에도 AH-64D 아파치 롱보우, 정찰용 무인항공기(UAV) 등 신형무기 배치와 사전 비축물자 확대, 유사시 미 증원전력 투입시간 단축 방안 등 150개 항목이 담겨 있다.
미국은 지난해 초고속 수송선(HSV)을 이용, 오키나와(繩) 주둔 미 해병대의 한반도 투입 소요시간을 2일에서 하루 이하로 대폭 줄였다.
가톨릭대 국제학부 박건영 교수는 "한반도 상황이 평화수준에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미국은 1개 여단을 빼도 한국 안보를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안보공백 우려를 일축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예비역 대장은 "미국이 이라크에 지금까지 주한미군을 투입하지 않은 것은 한반도의 세력균형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며 "미군의 공백으로 힘의 균형이 깨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차출 美軍 복귀할까? 韓, 복귀에 무게-美, 재배치 강조
이라크 투입을 위해 6월 말께부터 한국을 떠날 미 2사단 2여단 병력 3,600명 가량이 궁극적으로 주한미군의 감축으로 이어질까. 이에 대한 한미 양국의 공통된 답변은 미결정이다. 17일 미 국방부 고위관계자나 한국 정부측 모두 이라크에 재배치되는 주한미군의 한국 복귀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앞으로 1년 동안 이 여단 병력이 이라크에서 순환 근무하는 동안 '상황 변수'에 따라 돌아올 수도 있고, 그대로 떠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2사단 병력의 차출 배경에 대한 한미 당국의 설명에는 상당한 차이가 느껴진다. 한국 정부는 2사단 병력의 차출이 이라크 상황 악화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을 강조, 상황이 종료되면 한국으로 복귀할 가능성을 더 크게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미 정부는 한국에서 병력을 빼내는 역사적 실험이 미군 세계전력 재편 계획에 따라 이뤄지는 재배치의 일환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라크 상황이 종료해도 주한미군 감축이라는 예정된 수순을 밟는 쪽에 무게를 두는 설명이다.
실제로 미군은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데 부대 차원의 교체 방식을 택함으로써 미복귀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고위 외교소식통은 "지금까지 주한미군은 개인 차원에서 순환 근무 교대가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미 2사단 예하 제2여단이 통째로 빠지는 형식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차출 병력 편재의 경우 2여단의 실제 전투병력은 2,000명 정도여서 2사단을 구성하고 있는 참모본부와 수송·정보·병참 등 다른 지원부대에서 일정한 병력을 빼내 3,600명 가량을 채울 것으로 보인다. 2여단이 독립 편제로 구성되는 만큼 한국에 남게 되는 2사단도 사단 기능이 대폭 축소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미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세계의 다른 곳에 배치된 비슷한 규모의 부대가 병력이 빠져나간 공간을 메울 수도 있다"고 말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결국 주한미군 병력의 복귀 여부는 미군의 재편성 계획과 한반도의 안보상황에 대한 평가에 의해 좌우된다는 게 워싱턴 군사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에 따라 미국은 향후 한반도 주변에 공군력과 해군력을 집중 배치, 지상 병력의 감축에 따른 방위력을 실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