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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선도하는 글로벌 리더]<2>이구택 포스코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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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선도하는 글로벌 리더]<2>이구택 포스코 회장

입력
2004.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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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택(58·사진) 포스코 회장은 제2의 신화 창조가 지상 목표다. 세상을 놀라게 한 '영일만 신화'를 재현해 내겠다는 그의 다짐에는 결기가 서려 있다. 신화는 뼈를 깎는 고통 없이는 두 번 다시 만들어 낼 수 없다는 사실도 그는 잘 안다. 그러나 도전과 불굴의 의지로 똘똘 뭉쳤던 선배들의 전통을 살린다면 거세고 험한 파도도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맨땅에서 모래바람과 눈보라를 맞으며 35년 동안 포스코라는 나무를 훌륭하게 키워 온 '창업 세대'의 피와 땀을 거름 삼아 계속 좋은 열매를 맺게 하는 게 자신의 숙명이라고도 했다.

과연 초일류 기업인가

미국 포브스지는 포스코를 철강 부문에서 1999년 이후 5년 연속 세계 최강의 기업으로 꼽았다. 그는 이런 평가가 나온 건 수익성이 가장 좋은 덕분이라고 분석한 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한 때 미국과 유럽에선 '철강'하면 가장 돈 못 버는 산업으로 낙인 찍혔는데 포스코는 한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어 찬사를 받게 된 것 같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그저 물건을 싸고 튼튼하게 만드는 것 만으로는 초일류 기업이 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예를 들어 캐나다의 한 철강회사는 10년전 제품 가운데 50%를 신제품으로 단장했는데 포스코는 같은 기간 5%만 바꿨다고 했다. 그만큼 우리의 제품 개발 속도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가는 비율이 낮다는 지적이다. 그는 "초일류 기업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양대 축은 우리만의 기술력과 관리기법"이라며 "다른 산업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우리 사회의 기술 경시 풍조도 비판했다. "우리 기업들이 기술의 중요성을 절감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는 그는 "돈 잘 빌리고 정부에 로비 잘하는 걸 능력이라 여긴 채 기술은 외국에서 사오면 된다는 식이었다"고 기술경시 관행을 꼬집었다.

그는 하지만 지금은 돈 주고도 기술을 사 올 수 없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연구개발(R&D) 인력이 필수가 됐고 핵심 기술 개발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며 "독창적인 연구 등 전략적 R&D 비중이 60%는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R&D 인력은 세계적 수준"이라고 자랑한 그는 "2006년까지 최고 수준의 설비 및 기술 경쟁력을 확보, 글로벌 초우량 기업의 위상을 확고히 다져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투명한 지배구조와 정도경영

이 회장은 포스코의 민영화 과정을 설명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와 선진적인 기업 지배구조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당초 정부는 98년 민영화 계획을 발표할 때 포스코를 '주인 있는 기업' 쪽으로 정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주인 없는 기업이 제대로 된 적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포스코 사장이었던 그의 생각은 달랐다. 특혜시비는 둘째 치고 이미 전문경영인 체제로 놀랄만한 실적을 쌓아온 만큼 주인 없는 '국민기업'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포스코의 실험은 아직까지 성공적이라고 진단한 그는 "계속해서 흑자를 내고 윤리적으로 이해 당사자들이나 국민에게 신뢰를 받아야 완전한 성공"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재벌의 지배구조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주인 없이도 잘 굴러가는 포스코식 경영모델은 대한민국에 없지 않느냐"며 "그런 점에서 사명감도 적지 않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글로벌 수준에 맞는 기업윤리를 확립하기 위해 사외이사의 권한 확대 등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최고경영자(CEO)로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운명 탓에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그는 "본의 아니게 표정이 딱딱하게 변하지 않았나 돌아 보면서 항상 초심을 잊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처럼 직원들과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며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나름대로 짬을 낼 생각이다. 온화한 미소가 보여주듯 외유내강(外柔內剛)의 전형인 그는 소리없이 세상을 움직이는 포스코의 영원한 선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공채 1기서 CEO오른 '스마일맨'

이구택 회장은 강철도 녹이는 '스마일맨'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한 없이 푸근하다. 서글서글한 눈매와 부드러운 인상은 주위를 편안하게 만든다. '소리없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포스코 광고의 메시지는 바로 그를 두고 하는 말처럼 들린다.

1969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공채 1기로 포스코의 전신인 포항제철에 입사, 평사원에서 샐러리맨의 우상인 '그룹 총수'의 반열에 오른 그는 "포스코 맨의 운명을 타고 난 것 같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원래 유학을 준비했다"는 그는 대학시절 주임 교수인 윤동석 전 포스코 부사장의 권유로 '샐러리맨 인생'을 시작했다. "나라 발전을 위해 철강업에 헌신하는 게 좋겠다"는 은사의 조언에 따라 35년 동안 철강 외길을 걷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입사하고 보니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이 '한국에는 철강 회사를 지어야 아무 쓸모가 없다'며 기대했던 차관 제공을 거부한 사실을 알고는 정말 난감했다"는 그는 "그땐 다시 유학을 심각하게 고려했다"고 털어놓았다. 다행히 박태준 전 회장이 발로 뛰어다니며 '로비'를 벌인 결과, 공장은 예정대로 70년 착공됐고 그도 "세계 최고의 철강 회사를 만들어 세상을 놀라게 만들겠다"는 각오를 되새겼다. 공장 지을 돈도 없어 남의 나라에 손을 벌려야 했던 때에 비하면 지금의 포스코는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를 느끼게 한다며 활짝 웃었다.

입사 후 그는 승승장구 했다. 역대 회장이 하나같이 '최고경영자(CEO) 재목'이라고 꼽은 건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금속학과 출신답게 쇠박사이면서도 외국어(영어·일어)와 매너 등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소양과 감각을 지닌 '국제신사'로 통했다. 골프는 수준급(핸디 10)이고 아마 4단의 바둑 실력을 자랑한다.

그는 성공 비결을 묻자 "무엇보다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일하는 게 지겹고, 괴롭다고 여기면 그만큼 더 힘들어 지는 법 아니냐"고 반문한 그는 "같은 일도 긍적적으로 생각하면 한결 쉬워진다"고 강조했다.

/황양준기자

● 재도약의 힘/ 지배구조 개선 힘써 사외이사 비율 높여

이구택 회장은 포스코의 재도약에 시동을 걸고 제2의 신화를 이룩한 CEO로 평가 받는 게 꿈이다. 이를 위해 포스코만의 독특한 기술개발과 지배구조 개선을 양대 무기로 삼고 있다.

여느 CEO와 마찬가지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시장에 욕심을 내고 있는 그는 '산업의 쌀'인 철강 산업도 첨단기술이 최대무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파이넥스(FINEX) 공법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공법은 100년 이상 제철 산업의 꽃으로 불린 고로(용광로) 공정을 대체하는 혁명적인 기술"이라고 추켜 세웠다.

지난해 5월 세계 최초라는 자부심을 안고 시험가동에 들어간 파이넥스 공법은 기존 고로 공정에서 소결(燒結·고체 가루를 틀 속에 넣고 프레스로 눌러 단단하게 만드는 작업)과 코크스 과정을 생략, 원가와 공해를 줄일 수 있는 차세대 혁신 기술이다. 포스코는 쇳물 제조 비용이 고로에 비해 85%, 운영 인력도 70% 수준인 이 공법의 상용화 시기를 2004년 말로 보고 있다. 그는 "파이넥스 공법을 앞세우면 중국은 물론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경쟁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되면 2003년 말 현재 세계 5위(조강생산 능력 기준 연간 2,940만t )인 포스코의 위상은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 회장은 또 포스코의 지배구조와 투명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더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포스코는 3월 주총에서 상임이사와 사외이사 비율을 기존 7대 8에서 6대 9로 조정하고 집중투표제와 서면투표제를 도입했다. 그는 "이사회의 두 기능인 효율성과 투명성 가운데 이 시대에는 투명성에 대한 욕구가 더 크다"며 "극단적으로 말하면 CEO와 최고 재무책임자(CFO)만 빼고 나머지는 모두 사외이사로 이사회를 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내 "그렇게 급격하게 갈 필요는 없지 않느냐"며 밝게 웃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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