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생활고 탓에 애써 부어오던 보험을 중도에 해지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보험료를 못내 효력이 상실되거나 해약된 생명보험 계약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18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2003회계연도가 시작된 지난해 4월부터 올 2월까지 11개월 동안의 효력상실·해약 건수는 모두 819만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개월 이상 보험료를 내지 못해 효력이 상실된 계약은 모두 443만5,000건, 중도에 해약된 건수는 375만5,000건이었다.
이는 2002회계연도 전체의 598만8,000건보다도 이미 220만2,000건(36.8%)이 많은 것으로 결산월인 올 3월의 효력상실·해약건수까지 포함되면 증가율은 40%를 훨씬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생명보험의 효력상실·해약건수는 1996년만 해도 499만6,000건에 그쳤으나 외환위기 당시인 97년 719만1,000건으로 급증했고 98년에는 949만9,000건으로 불어났다. 이어 99년에는 672만5,000건으로 줄었고 3년 연속 500만건대로 떨어졌으나 지난해에는 다시 큰 폭의 급증세로 돌아선 것이다.
생명보험이 금융상품 가운데 납입 원금에 비해 환급금이 작아 해약 순서가 가장 늦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현상은 경기침체에 따른 일반 가계의 소득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소득이 줄어들자 장기간 보험료를 내지 못하거나 가계대출과 카드빚 상환 등을 위해 스스로 보험 계약을 해지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지난해의 경우도'생계형 해약'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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