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무어(50) 감독과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를 비판한 그의 다큐멘터리 '화씨 9/11(Fahrenheit 9/11)'이 칸영화제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영화제 공식상영관 2곳에서 동시에 열린 기자시사회에는 2,000여명의 각국 기자와 평론가들이 몰렸고, 이어 팔레 드 페스티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도 3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장 곳곳에 설치된 TV 수상기 앞에도 기자회견 생중계를 보려는 기자들로 크게 붐볐다.
경쟁부문 출품작인 '화씨 9/11'은 각종 인터뷰와 TV뉴스 화면 등을 통해 부시를 조롱하고 비판한 다큐멘터리. 2001년 9·11 테러 대처과정에서 드러난 부시 대통령의 무능력, 1980년대부터 계속돼 온 부시가(家)와 사우디아라비아의 명문인 빈 라덴가와의 금전적 결탁사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감독에 따르면 제목 '화씨 9/11'은 '자유가 불타 오르기 시작하는 온도'.
백악관으로부터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졌다는 보고를 받고도 9분동안 멍하니 있는 부시의 우스꽝스러운 모습, "테러를 일으킨 살인자들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진지하게 TV와 인터뷰를 한 뒤 곧바로 골프 드라이버 샷을 날리는 모습 등이 펼쳐지자, 시사회장을 가득 메운 세계 각국 기자들은 박장대소했다.
1시간55분 동안의 시사회가 끝난 후,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의 바즈 바믹보이 칼럼니스트는 "소문이 무색하지 않은 매우 강력한 영화"라며 "미국 사람들이 자신의 뒷마당에서 벌어진 사건을 다룬 이 영화를 못 본다면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전 마이클 무어를 취재하기 위해 100여명의 사진기자들이 몰려들자, 독일 통신사 DPA의 한 기자는 "마돈나나 마이클 잭슨과도 같은 대접"이라고 비유했다.
마이클 무어는 기자회견에서 "영화가 미국 대통령선거(11월)가 있는 올해 미국 전역에서 개봉돼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를 바란다"며 "나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으며 모든 문제는 백악관에 있다"고 말했다. 칸에 도착하자마자 "백악관이 영화개봉을 막고 있다"고 폭탄선언을 한 그는 '당신이 대통령이었다면 어떻게 했겠냐'는 질문에 "9·11테러에 책임이 있는 모든 사람들을 물러나게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는 더욱 노골적으로 "부시 대통령은 사무실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비판 다큐멘터리의 대가'로 알려진 마이클 무어는 2002년 미국인들의 총기선호문화에 대한 심오한 풍자 다큐멘터리 '볼링 포 콜롬바인(Bowling For Columbine)'으로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과 칸영화제 특별상을 받았다. 미국 미라맥스사가 제작한 '화씨 9/11'은 모(母)기업인 디즈니사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영화를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에 개봉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제동을 걸고 있어 올해 개봉은 불투명한 상태이다.
/칸=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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