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의정부시에서 서울 여의도 직장까지 승용차로 출퇴근했던 회사원 정모(45)씨는 이번 주부터 지하철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정씨는 "잇따른 휘발유값 인상으로 휘발유값 지출만 10만원가량 더 늘어나 감당하기 어려웠다"며 "주변에서도 출퇴근 수단을 지하철로 바꾸거나 심지어 출퇴근용 자전거를 구입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국제유가 인상에 국내 휘발유 가격도 ℓ당 1,400원을 뛰어넘자 승용차 대신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버스, 지하철 이용 시민들은 10%가량 증가했다. 비씨카드사가 교통카드 이용건수를 분석한 결과 지하철 이용건수는 1월 1,127만건에서 3월 1,386만건으로 23%, 시내버스는 1월 729만건에서 3월 867만건으로 18.9% 증가했다. 카드사 측은 "유가인상이 본격화한 4월과 5월은 이보다 더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무역협회의 설문조사에서도 직장인 100명 중 17명은 "유가급등 때문에 승용차 출퇴근을 포기했다"고 응답했다.
불가피하게 승용차를 이용해야 하는 '마이카족'들은 인터넷을 통해 출퇴근 도로 주변 주유소 가운데 기름값이 싼 주유소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는 등 연료비 절감을 위한 묘안 짜내기에 여념이 없다. A보험사 직원 이모(28)씨는 "아예 LP가스나 경유 차량, 연비가 좋은 경차 등으로 승용차를 바꾸려는 동료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신도시 지역에 사는 동료들 가운데는 유사 휘발유만 넣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장안동에서 중고차 매매업을 하는 이모(36)씨는 "유가 급등으로 중고차 구매고객이 줄었으며, 그나마 경차나 LP가스 차량을 찾는 고객들이 더러 있을 뿐"이라고 푸념했다.
승용차 출퇴근이 줄자 도심 교통소통은 상대적으로 원활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창경궁로의 경우 월요일 오후 7시 차량 속도가 4월26일 시속 15.1㎞에 불과했으나 이달 10일과 17일에는 각각 시속 29.4㎞, 19.5㎞로 눈에 띄게 빨라졌다. 남산 1호 터널의 평일 하루 통행량도 지난달 19일 3만7,080대에서 26일 3만5,754대, 이달 3일 3만4,987대로 감소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황재락기자 find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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