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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기획-가족에게 보내는 편지/엄마, 둘째 딸 효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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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기획-가족에게 보내는 편지/엄마, 둘째 딸 효도하고 싶어요

입력
2004.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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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에 계신 어머니께어머니! 어머니를 부르는 이 한마디에 벌써 목젖이 아릿하고 콧잔등이 시큰해집니다. 42도가 넘는 원인 모를 고열로 쓰러지신 후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생명의 끈을 놓을 듯 말 듯 수 차례 고비를 넘나들며 힘겨운 병상 생활을 하고 계신 지도 그새 만 2년이 됐네요.

찬란한 5월이 활짝 열렸건만 두 해 전 이맘때 어이없게 쓰러지신 뒤 오늘 이 순간까지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한 미래와 싸우고 계신 것을 생각하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자식으로서 제대로 돌봐 드리지도 못했건만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을 자기변명의 구실로 내세워 어머니를 요양병원으로 잠시 모셔갔던 불효를 이젠 다 용서하고 잊으셨지요?

이 둘째 딸은 요즘 참 즐거운 마음입니다. 어머니께서 마침내 굳게 닫혔던 말문이 열리는 기적을 보여주셨기 때문이지요. 쓰러지시던 날 병원에서는 당일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제 어눌하나마 간단한 대화까지 가능해졌다는 사실은 정녕 꿈만 같습니다. 이제 어머니 병세는 장기전을 각오해야 하는 양상이 되어 저희 자식들로서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야 하는 숙제가 남았지만 누가 뭐래도 끝까지 어머니 손을 잡아드릴 터이니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마세요.

며칠 전엔 어머니 성씨 본관은 어디며, 공부는 잘 못했어도 부자 외할아버지 덕분에 명문 사립여학교에 보결로 입학했고, 보결이란 돈을 내고 학교에 들어가는 것이라는 얘기를 하시는 바람에 병실에 때 아닌 웃음꽃이 피어나기도 했잖아요.

많이 좋아지신 어머니를 지켜보면서 차도도 없는데 더 매달릴 수 없다며 포기하자고 했던 식구들이 그렇게 야속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쉽지 않다고들 하나 봅니다.

이번 어버이날에도 병원 침상에서나마 어머니 숨소리를 들을 수 있고 그로써 어머니가 아직 우리들 곁에 머물러 계심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이고 감사이던지요. 이 세상에서 엄마라는 말보다 더 정겹고 따뜻한 말이 있을까요? 그래서 '어머니! ' 하고 부르기보다는 이 나이 되도록 아직 '엄마!'라는 말이 더 살갑게 다가옵니다.

엄마! 행여 허튼 욕심이 화를 부를까 하여 더 이상 욕심을 갖는 게 무척 조심스러워져요. 하늘이 부르시는 그 날까지 부디 더도 덜도 말고 지금만큼만 건강을 유지해 주세요. 그래서 이 딸의 '늦깎이 행복한 삶'도 한번 지켜보셔야지요. 누구보다 어머니의 뜨거운 박수를 받고 싶으니까요.

꿈은 반드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신은 인간에게 꿈을 꾸도록 만들었대요. 엄마! 내 꿈이 꼭 이뤄져 엄마 생전에 확실한 효도 한 번 할 수 있게 오늘부터는 나랑 같은 꿈을 꾸기로 해요. 어제 오늘 종일 내리던 비도 이제 그치고 내일은 활짝 갠대요. 눈이 시리도록 찬란한 오월의 햇살을 아낌없이 온몸으로 감싸 안으며 내일 병원 주차장에서 우리 반갑게 만나요. 내일도 예쁜 미소로 반겨주실 거죠?

/jayhy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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