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선배지만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허석호) "프로의 목표는 우승일 뿐이다."(프레드 커플스)커플스(45·미국)와 허석호(31·이동수패션)가 20일 경기 이천 백암비스타골프장 동북코스(파72·7,079야드)에서 막을 올리는 SK텔레콤오픈2004(총상금 5억원) 디펜딩 챔피언 최경주(34·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에게 나란히 도전장을 던졌다.
난생 처음 한국을 방문한 커플스는 올해로 PGA 투어 입문 23년째를 맞는 백전노장으로 PGA 투어 통산 15승, 유럽투어 5승을 거뒀고 특히 PGA 투어 스킨스 게임에서는 4차례나 우승 '스킨스의 황제'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베테랑. 특유의 부드러운 스윙이 트레이드 마크로 올 시즌 상금랭킹은 68위. 18위의 최경주에 다소 뒤쳐진다. 하지만 지난해 셸휴스턴오픈 우승에 이어 올해 마스터스에서 공동 6위에 오르는 등 관록을 자랑한다. 커플스는 "미국에서는 매주 우승기회가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번 대회 이후는 기회가 없기 때문에 반드시 우승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브리티스오픈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허석호(31·이동수패션)는 국내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뒤 일본으로 건너가 지난 주 일본의 올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일본프로골프선수권에서 우승, 사기가 충천한 상태다. 허석호는 "평소 도움을 많이 주는 최경주 선배를 존경하지만, 동시에 넘어야 할 큰 산이기도 하다. 경기에서 양보는 결코 없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에 대해 최경주는 "우승이 목표가 아니라 활기차고 재미있는 경기를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이번 대회를 잘 지켜보면 한·미·일 3개국 골프스타일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라며 한껏 여유를 부렸다. 하지만 지난해 이 대회에서 국내 상금왕 신용진(39·LG패션)과 3번째 연장 홀까지 가는 혈전 끝에 타이틀을 따낸 최경주가 국내 팬들의 큰 기대를 외면할 리가 만무하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승,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 1승을 거둔 최경주는 올해 마스터스에서 3위에 오르며 명실상부한 월드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각별히 친한 사이다. 커플스는 최경주가 미국에 정착할 때부터 스타반열에 오르기까지 틈틈이 말벗이 되어준 '이웃집 아저씨'였다. 최경주는 "대회 도중 천둥과 번개 등으로 휴게실에 선수들이 모여있을 때 유일하게 커플스가 말을 붙여주곤 했다"며 "배타적이고 낮선 미국 땅에 정착할 때 많은 위안을 준 사람"이라며 고마워 했다. 허석호는 "선배로는 물론 우상으로 후배들이 가장 존경하는 골퍼가 최경주"라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막상 우승컵 앞에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마음이다.
텃밭만큼은 '외지인'들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는 국내 강자들의 자존심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최경주에게 아쉽게 우승컵을 내준 신용진과 기량이 급상승중인 장익제(31·하이트), 조현준(30·팀애시워스)도 시즌 첫 우승을 향해 총력전을 펼칠 태세. 또 BMW아시안오픈에 출전했던 청각장애자 이승만(24)을 비롯, 최광수(44), 모중경(33·현대모비스), 위창수(33·찰리 위), 정준(33·캘러웨이), 오태근(28·팀애시워스) 등도 한국으로 자리를 옮겨 컨디션을 조절하고있다.
/조재우기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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