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학생들의 수학·과학 능력이 선천적으로 뛰어나다.' '남성은 여성보다 과학자나 기술자가 되기에 더 적합하다.' 우리나라 남녀 학생의 과학·수학 점수 격차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큰 이유는 교사들의 잘못된 성 고정관념 탓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한국여성개발원 정경아 전문연구원은 18일 교육인적자원부의 의뢰로 전국의 중·고교 과학교사 356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58%는 '남학생의 과학능력이 전반적으로 뛰어나다'는 인식을 보인 반면, '성별 차이가 없다'는 교사는 36%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교사들은 성차(性差)가 나타나는 주된 이유로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성향과 능력의 차이'(57.3%), '과학교육이 남녀 학생의 상이한 관심과 흥미를 반영하지 않고 있기 때문'(12.9%) 등으로 답했다. 정 연구원이 전국의 남녀 중·고교생 2,134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과학 과목을 좋아한다'는 남학생은 38.5%, 여학생은 그보다 10%포인트 낮은 28.5%로 나타나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과학에 흥미를 느끼는 비율이 높았다. 반대로 '싫어한다'는 비율은 여학생(34.8%)이 남학생(25.4%)보다 10%포인트 정도 높았다. 장래 과학기술분야의 직업을 선택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은 남학생 28.2%, 여학생 15.0%로 남학생이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이 같이 편향된 교사들의 성 고정관념이 과학 수학과목에 대한 여학생의 흥미와 자신감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은 2000년 32개국의 고1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된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에서도 확인된다. 우리나라 남학생의 수학 평균은 559점으로 여학생(532점)보다 27점이나 높아 남녀 격차가 가장 큰 국가로 나타났다. 또 98년 시행된 중2 대상의 검사에서도 우리나라 남학생의 과학 평균은 576점, 여학생은 551점으로 역시 25점 차이가 났다.
반면 여학생 평균 점수가 남학생보다 더 높은 나라가 17개나 됐고, 나머지 대부분의 국가는 남녀간 차이가 거의 없었다. 과학 수학과목의 남녀 점수격차가 큰 것은 우리나라에만 적용되는 독특한 현상인 셈이다. 정 연구원은 "과학 수학은 남학생에게 적합한 과목이라는 교사들의 성 고정관념이 실제 교수행동을 통해 학생들의 성 정형적인 태도를 강화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며 "지식기반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려면 양성 평등적 교육 기반을 갖추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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