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는 올 1·4분기 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점유율 27.1%로 1위를 차지했다고 최근 밝혔다. 1992년 1위에 오른 뒤 올해로 13년째 1위. 삼성전자가 굳건하게 1위를 지켜온 비결은 무엇일까. 창업보다 수성이 어려운 것은 경쟁이 치열한 반도체 시장의 경우 더욱 그렇다. 삼성전자가 1위를 고수할 수 있었던 것은 '치고 빠지기', '빈 곳 공략' 등 손자병법 뺨치는 다양한 수성(守成) 전략을 구사해온 덕분이다.
삼성전자 황창규 사장은 13일 "가격경쟁력 없이 플래시 메모리 시장에 뛰어들었다가는 살아 남기 힘들 것"이라며 하반기부터 가격 하락을 주도할 것임을 예고했다. 가격 하락 공세는 반도체 시장에서 선두 업체가 후발 업체를 따돌리는 데 단골로 사용하는 전략. 초기 시장을 독식하며 '재미'를 보다가 경쟁자가 생길 경우 가격을 대폭 인하해 생산원가가 높은 후발업체의 도태를 유도하는 전략이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수요가 폭발해 없어서 못 팔던 플래시 메모리 시장에는 올들어 하이닉스 반도체, 마이크론 등이 잇따라 뛰어들고 있는 상황.
삼성전자는 하반기부터 40% 정도 가격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황 사장의 이 같은 언급에 대해 시장에서는 본격적인 경쟁을 앞두고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선전 포고인 동시에 투자 여력이 없는 후발 주자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경쟁 업체들의 관심이 줄어들어 빈 곳을 적절하게 공략하는 것도 삼성전자 반도체 수성 전략의 하나. 지난해부터 플래시 메모리에 역량을 집중해온 삼성전자는 올들어 플래시 메모리 못지않게 기존 D램에 대해서도 관심을 쏟고 있다.
황 사장이 "모바일, 디지털TV 등에서 D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D램 시장은 결코 침체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는 것은 이 같은 맥락.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올들어 첨단 D램 제품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쟁 업체들이 기존 D램 라인을 플래시 메모리 등으로 전환하고 있는 만큼 첨단 D램 분야의 경쟁은 치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첨단 D램 제품들은 기존 D램보다 수익성이 두 배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성원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은 시장의 변화를 정확하게 읽어내는 능력이 있는 데다 제품군이 두텁기 때문"이라며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에 더욱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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