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실시되는 1급 이상 공직자들의 주식 백지신탁제는 공직을 이용한 재산 취득·증식의 유력한 규제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재경부 등 특정부서 공직자들은 지금도 주식투자를 하지 못하게 돼 있지만, 이번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단순히 그 대상을 늘리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신탁 대상이 되는 주식의 시가를 1억원으로 책정한 것에는 이론이 있다. 채권 등 다른 유가증권을 제외하고 주식에만 한정해서 실시하는 것도 알맹이를 빠뜨린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3개월 전의 재산공개에서 드러났듯 공직자 재산 증식수단의 주종은 주식이 아니라 부동산 거래와 저축이다. 이 중에서 부동산 거래는 주식보다 더 직무상 취득한 정보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백지신탁제를 4·15총선공약으로 내건 데 이어, 부동산까지 포함한 재산 백지신탁제를 도입키로 협약까지 맺었다. 그러나 명분과 실제는 다르며, 주식 외의 재산까지 대상에 넣는 것은 쉽게 결말이 나지 않을 문제다. 한 시중은행이 내놓은 백지신탁상품이 외면당하는 데서도 알 수 있듯 이런 제도를 반기는 공직자는 없다. 우선은 변칙적으로 재산을 늘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함께 확인하고, 점차 제도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좋겠다.
제도 시행 이후에는 각 행정단위의 공직자윤리위원회를 활성화시켜 점검·감시를 충실히 해야 한다. 1차적 시행 대상은 5,700여명이지만, 앞으로 재산등록 의무자인 4급 이상 공무원 13만여명 전체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1993년부터 실시해 온 공직자 재산등록제도 개선해야 한다. 직계 존·비속의 재산은 공개하지 않을 수 있게 돼 있어 재산고지 거부자가 점차 늘어나는 실정이다.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반론도 있지만, 공직자윤리법을 국회에서 논의할 때 이 부분도 함께 다루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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