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종강이 한 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학기말이 되면 대부분의 대학에서 학생들에 의한 강의 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는 교수 업적 평가에 반영된다. '강의 평가 결과가 상위 50%에 들지 않으면 재임용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규정이 있는 대학도 있다고 한다. 대학들이 교육 서비스의 질을 무엇보다 중요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대학 사회의 이러한 변신은 최근 몇 년 사이 대학들이 치열한 경쟁 속으로 내몰리고, 심지어 일부 지방대학은 존폐의 기로에 서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함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학뿐 아니고 우리 사회 전체가 하루가 다르게 경쟁사회로 이행해 가면서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거나 특정 집단에 소속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평생 동안 신분이 보장되는 상황은 유효성을 상실해가고 있다. 스스로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흐름에 역행해서 아직까지도 경쟁과는 거리가 먼 집단들이 존재하는데 그 중 하나가 국·공립 교사들이다. 교장과 교감이 주체가 되어 실시하는 현행 교사 근평 제도는 교사 간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수업 전문성을 평가하지 않고 결과도 공개하지 않는 근평 제도는 왜곡된 승진 경쟁을 조장하는 기능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 부적격 교사를 퇴출시키는 기능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근평에 '양'이하를 주거나 부적격 교사를 전출시킬 권한이 교장에게 주어져 있지만 교직 사회에 만연한 온정주의 때문에 유명무실화된 지 오래다. 이처럼 일부 승진예정자를 제외한 대다수 교사들의 동기 유발과는 무관하고 오히려 학교 불신을 부추기는 현행 평정 제도는 근본적으로 뜯어 고쳐야 한다.
새로운 교사 평가 제도를 도입한다면 경력보다는 수업의 전문성 평가에 중점을 두어야 하고 평가의 주체로 반드시 학생을 참여시켜야 한다. 학생만큼 수업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주체는 없기 때문이다. 평가의 주된 목적인 피드백을 통한 교사들의 교육력 향상과 전문성 제고를 위해서도 학생 참여는 필수적이다. 학생들의 평가를 통해서 평정 점수 잘 챙기는 교사가 아니라 열심히 가르치는 교사가 보상을 받고 승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교직 사회의 무사안일과 부적격 교사 문제를 해결하고 공교육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김영우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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