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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戰 협조 이유 유엔제재 안받게 불법무기거래 '제왕' 美·英서 비호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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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戰 협조 이유 유엔제재 안받게 불법무기거래 '제왕' 美·英서 비호 의혹

입력
2004.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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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영국이 세계적인 불법 무기상에 대한 유엔의 제재를 저지하고 있다고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이는 이 무기상이 이라크전에 협조한 공로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보도에 따르면 유엔은 프랑스 주도로 서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의 전 독재자인 찰스 테일러와 무기상 빅토르 버트를 포함한 협조자들의 재산 동결을 24일 결정할 계획이지만 미국과 영국이 버트를 명단에서 제외하려 하고 있다.

러시아 출신의 버트는 유엔의 무기금수 결정을 어기고 서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무기를 팔고 다이아몬드를 챙기는 '피의 다이아몬드'거래를 주도한 '죽음의 상인'으로 악명이 높다. 또 세계 최대 신흥 무기 밀거래망의 배후로도 알려져 비호 움직임이 사실이라면 큰 논란이 예상된다.

유럽의 한 고위 외교관은 16일 "영국의 명단 초안에 버트가 포함됐으나 미국이 '버트를 이라크에서 쓰고 있으니 명단에 포함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영국측에 말했다"고 밝혔다. 이후 영국의 명단에서 버트가 빠졌다는 것. 미국은 버트가 유엔의 재산 동결 결의 대상으로 맞지 않으니 별도의 사건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신문은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 미국과 버트의 '이라크 커넥션'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버트의 항공 수송망이 이라크의 미군 군수품 보급에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전 유엔당국자는 "미군이 버트의 비행기를 이라크 군수품 보급에 이용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미영 관계자들은 이를 부인했지만 미국도 버트를 아프가니스탄 불법 무기 거래 혐의로 추적한 바 있어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2002년 "미 정보기관이 탈레반과 알 카에다 등에 무기를 판 세계 최대의 무기 밀거래망을 추적하고 있다"며 버트를 '무기 거래의 제왕'이라고 보도했다.

버트는 탈냉전 이후 국제 무기거래 시장에 등장한 무서운 신세대. 1967년 구 소련 타지키스탄의 두샨베에서 태어난 러시아인으로 구 소련군 외국어대학을 졸업, 8개 국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장교 출신으로 1991년 12만 달러에 구 소련 수송기 3대를 사 93년 아랍 에미레이트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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