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회 칸영화제가 한국영화에 보이는 관심은 대단하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영화제 개막 전부터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고, 16일 저녁(현지시간) 뤼미에르극장에서 열린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공식 상영회에는 500여명의 외국 영화관계자와 취재진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프랑스 유력일간지 ‘르 몽드’는 10페이지짜리 ‘칸 특집’에서 홍상수 감독 인터뷰에 한 페이지를 할애하기도 했다.다른 한국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는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말죽거리 잔혹사’의 흥행 성공으로 올해 1분기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이 73%에 이르렀으며, ‘장화, 홍련’ ‘올드보이’가 할리우드에 의해 리메이크된다는 소식도 상세히 보도했다. 특히 ‘태극기…’에 대해 ‘르 몽드’는 “‘쉬리’의 감독이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또 다른 흥행작”이라며 “‘실미도’와 함께 1,000만 관객을 불러모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서 한국영화를 대접하는 태도는 무관심을 넘어 싸늘할 정도다. ‘1,000만 관객 시대’ 운운하며 자아도취에 빠진 것도 잠시. 이제는 어느 누구도 ‘실미도’와 ‘태극기…’가 정확히 몇 명이 봤는지, 심지어 지금 상영은 되고 있는지조차 신경을 쓰지 않는다.
‘실미도’(1,050만명)가 ‘친구’(818만명) 기록을 깨고, ‘태극기…’가 다시 ‘실미도’를 깼는데도, 더 이상 ‘태극기…’의 최종 관객수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것이다. 1,000만명만 넘어서면, 그래서 2년 전 월드컵 4강 신화가 그랬던 것처럼, 그 이후 결과는 상관이 없다는 것일까.
최종기록은 언제나 소중하다. 후대를 위해서도 ‘쉬리’는 620만명이 봤으며, ‘살인의 추억’은 512만명이 관람했다는 사실은 누군가 꼼꼼히 기록해둬야 한다. 칸영화제가 언급한 식으로 대충 1,000만명이 본 영화로 ‘실미도’와 ‘태극기…’를 기억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한때 자신의 일처럼 두 영화의 성공에 뿌듯해 했던 팬들의 도리다. ‘태극기…’는 아직도 전국 40개 스크린에서 상영 중이며, 17일 현재 ‘1,170여만명’이 관람하며 한국 최고기록을 연일 갱신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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