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무더위가 찾아오기도 전에 사자가 그라운드에 누워버렸다. 삼성 라이언즈가 팀 창단 이후 최다연패 타이인 9연패에 빠져 꼴찌로 곤두박질 친 것이다. 추락하는 것엔 날개가 없다고 삼성의 꼴찌에는 대책이 없다 할 정도. 부실이 그 만큼 총체적이다.
선동열 효과는 없었다
삼성이 꼴찌로 떨어진 원인은 무엇보다도 투수진 붕괴에 있다. 선발투수진은 지금까지 9승에 그쳤다. 한화와 함께 최하위. 구원투수진의 방어율도 5.17로 밑바닥이다. 3승 이상을 올린 투수는 아무도 없다. 5일 현대전 이후 1무9패하는 동안 투수진은 총 75점을 내줬다. 경기 당 7.5실점. 올 시즌 한 팀이 1경기에서 낸 평균 실점은 약 5.35점.
삼성 투수들은 시즌을 앞둔 스프링캠프에서 투구폼을 수정했다. 따라서 선 코치가 주도한 '변화'가 전혀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김성근 전 LG 감독은 "삼성 투수들의 투구 동작 때 중심이동이 좋지 않다"며 "앞다리를 올릴 때 상체가 허리쪽으로 넘어가는 바람에 앞쪽으로의 중심이동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공이 자꾸 높게 들어가는 경향이 있고, 낮게 제구될 때도 공끝에 힘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타선의 해결사가 없다
방망이에서 이승엽과 마해영, 브리또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는 것도 부진의 원인. 중량감이 확 떨어진 타선을 양준혁 홀로 짊어지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특히 왼손투수 상대 팀 타율은 2할3푼3리로 기아(2할2푼7리) 다음으로 낮다. 좌타자 중심인 삼성의 한계이다. 거기다 왼손 대타도 없는 걸 보면 쓸만한 백업요원도 전무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거액을 들여 자기 입맛에 맞는 선수들을 사오는 데만 능했지 장기적으로 선수를 꾸준히 키우는 데는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용병농사도 실패했다. 메이저리그 출신이라던 오리어리의 득점권 타율은 1할6푼2리, 좌완투수 상대 타율은 1할3푼7리에 불과하다.
'제발 독기를 품어라'
승부처에서 집중력도 떨어진다. 올시즌 5회까지 지고 있던 15경기에서 한차례도 역전승을 하지 못했다. 반면 5회까지 앞서고도 뒤집힌 경기는 4차례나 된다. 우승했던 2002년 11차례나 후반에 역전승을 거둔 것과는 반대다. 선동열 코치는 "한번 당하면 다음에 꼭 이기겠다는 오기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투수진을 질타한 바 있다. 9연패하는 동안 경기 당 5개꼴로 볼넷을 내줘 역전의 빌미를 제공한 것도 집중력 부재의 증거다. 팀 병살타 1위(39개)로 타자들의 정신력도 떨어진다.
연패사슬 언제쯤 깰까
박노준 SBS 해설위원은 "과거 김영덕이나 김성근 같은 명장들은 3연패에만 빠져도 비상체제에 돌입했다"며 우선 1승을 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주초 기아와의 3연전에 이어 주말 SK전이 기다리고 있다. 모두 만만치 않은 상대다. 시즌 1호 완봉승을 올린 마뇽이 등판하는 18일 기아전에서 지면 10연패가 기다린다. 다행히 SK는 브리또 조원우 정경배 등 공수의 핵이 부상으로 빠져있다는 게 기회다. 삼성 박흥식 코치는 "현재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게 가장 큰 고민"이라며 "서로를 다그치기 보다 부담감을 떨치고 하루속히 제 모습을 찾자는 게 팀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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