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마 빈 라덴은 1998년 국제 석유값은 배럴당 144달러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석유값은 20달러에서 맴돌았다. 빈 라덴이 그렇게 주장한 이유는 미국 등 서방세계가 중동석유를 도둑질하여 그 가치에 비해 터무니없이 싼값으로 조작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빈 라덴 같은 사우디의 민족주의자들은 미국과 결탁해 자원을 팔아먹는다며 사우디 왕정에 반기를 들고 있다. 만약 미국과 사우디의 석유 동맹관계가 붕괴된다면 현재의 석유가격질서는 어떻게 변동할지 예측할 수 없다. 하루 800만배럴을 생산하는 사우디가 250만배럴만 감산해버리면 석유값은 100달러로 오른다는 예측이 나왔다.■ 13일 뉴욕선물시장의 기준유가인 서부텍사스 중질유가 41달러까지 치솟았다. 걸프전쟁 이래 13년 만의 기록이다. 국제에너지기구의 클로드 만딜 사무총장은 몇 주 안에 석유값이 세계경제 위협수준까지 오르는 오일쇼크를 점칠 정도이다. 이렇게 단기적인 석유값 급등의 원인으로 미국이 이라크수렁에 말려들면서 산유국의 정치적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신문재벌 머독은 이라크 전쟁으로 유가는 배럴당 20달러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견했지만, OPEC 전문가는 유가가 10달러 더 올랐다고 주장한다.
■ 중동정황 못지않게 석유값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이유로 중국의 수요급증과 석유자원의 한계가 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된다. 이 두 요인은 장기적으로 석유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뒷받침한다. 프린스턴 대학의 케네스 드피에스 교수의 종형곡선 이론에 따르면 세계석유생산량은 2004∼2008년에 정점을 이룬 후 하강곡선을 탈 것이라고 한다. 즉 이 하강곡선을 타면서 전략상품인 석유의 수급과 가격체계에 일대 변동, 즉 오일쇼크가 일어난다고 본다. 탐사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획기적인 자원발견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올해가 곡선의 정점에 이르는 그 첫해가 된다.
■ 자키 야마니는 25년간 사우디 석유장관을 역임하면서 1970년대 오일쇼크 때 OPEC의 석유전략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1999년 그는 석유시대의 종언을 예언했다. OPEC가 석유값을 통제하지 못하게 되면 대체에너지 개발로 석유는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어 값은 추락하고 땅속에서 잠자게 된다는 것이다. 석유값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그의 말은 맞아 들고 있지만, 대체에너지 개발은 요원해 보인다. 석유쟁탈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는 신에너지 정책 프로그램을 구상해야 한다.
/김수종 수석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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