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35)씨는 가족들과 함께 안면도를 가기 위해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조수석에 앉은 아들의 재롱을 곁눈질로 흘깃흘깃 바라보던 김씨는 갑자기 안전벨트에서 진동이 느껴지며 조이는 느낌을 받았다. 깜짝 놀라 앞을 바라 보니 앞차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져 있었다. 잠시 후 자동차가 스스로 속도를 늦추는 것을 확인한 김씨는 안도의 한숨을 쉰 뒤 아들에게 윙크를 보냈다. 영화속 이야기가 아니다. 첨단 장비를 활용, 사고를 미리 방지하고 운전자와 탑승자를 지켜주는 자동차 안전 기술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프리-세이프(전동안전벨트) 시스템. 앞차와의 거리가 가까워져 충돌 위험이 있을 때 안전벨트를 진동시켜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하는 기술이다. 특히 충돌할 경우엔 에어백이 터지기 전에 탑승자들이 에어백으로 인해 상해를 입지 않도록 안전벨트를 당겨주는 기능도 있다.
프리-세이프 시스템이 작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운전자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저절로 속도를 줄이는 기술도 함께 개발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8월까지 프리-세이프 시스템 개발을 최종 완료하겠다는 계획이어서 이르면 하반기엔 프리-세이프 시스템을 장착한 국산 자동차도 선보일 전망이다.
현대모비스는 충돌방지시스템 이외에도 충돌이 예상될 경우 경보를 울리거나 레이더를 이용해 앞차와의 거리 및 상대속도 등을 측정, 차간거리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적응순항제어(ACC) 시스템도 연구중이다.
빙판길이나 급커브길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아도 차가 전복되거나 뒤틀리지 않고 안전하게 제동되는 '전자식 주행안전 프로그램'(ESP)은 이미 일반화한 사고 방지 안전장치이다.
국내에 수입 판매되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및 BMW에는 ESP가 이미 기본사양으로 장착되고 있다. 국산 자동차에도 현대차의 에쿠스, 기아차의 오피러스, 쌍용차의 렉스턴과 로디우스 등에 ESP가 장착되고 있다. 또 하반기 출시될 현대자동차의 EF쏘나타 후속 모델인 NF, 내년초 출시될 그랜저XG의 후속 모델인 TG에도 현대모비스가 만든 ESP가 처음 선택사양으로 설치된다.
1995년 이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보쉬는 "ESP를 장착한 이후 자동차가 제어 능력을 상실하고 미끄러져서 일어난 교통사고가 25%나 줄었고 심각한 상해를 유발하는 교통 사고가 반으로 줄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고 밝혔다.
델파이의 레이더 후진 경고장치도 후진 때 운전자가 애완동물, 어린이, 자동차 등 장애물을 쉽게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안전운전 보조장치이다. 차량이 후진할 때 자동으로 작동되고 듀얼빔 센서 레이더를 이용, 차량 후방 5m까지 감시, 물체를 발견하면 운전자에게 경고를 보낸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충돌방지시스템은 우리나라의 교통사고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서 그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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