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화는 폭력영화가 아니다. 주인공들이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러브 스토리다."(쿠엔틴 타란티노)"태어나서 단 한번도 역기를 들어본 적이 없는 내가 이런 역을 맡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우마 서먼)
제57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았고, 자신의 영화 '킬빌 2'(Kill Bill 2)가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쿠엔틴 타란티노(41) 감독이 16일(현지시각) 영화제 메인 행사장인 팔레 드 페스티발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타란티노 감독은 이 자리에서 "'킬빌 2'가 폭력영화는 아니지만, 폭력은 우리 일상에서 늘 존재하기 때문에 내가 이를 묘사한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200여 명의 각국 기자들이 몰린 이날 기자회견에는 극중 쿵푸와 사무라이 검술의 달인 브라이드 역을 맡은 여주인공 우마 서먼(34)도 함께 참석했다.
―'킬빌1'과 차이점은 무엇인가.
"두 작품 모두 1960년대 마카로니 웨스턴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영화다. 다만 '킬빌 2'는 '쇼 브라더스 영화'(1960년대 홍콩 영화제작사 쇼 브라더스가 만든 무협영화로 극단적 클로즈업, 과장된 몸짓이 특징) 색채가 강할 뿐이다. 브라이드의 사부 파이 메이도 쇼 브라더스 영화에서 본 이미지를 가져온 것이다. 이에 비해 '킬빌1'은 좀더 비현실적이고 극적이다."
―앞으로 어떤 영화를 하고 싶나.
"나는 언제나 로맨티스트다. 죽고 죽이는 영화와 러브 스토리를 구분하지 않는다. 감독이 아니라 내 자신의 관객으로서,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어쨌든 관객이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는 만들지 않겠다. 내가 만든 영화에 7달러(미국 영화 관람료)를 지불할 수 있느냐고 늘 자문한다."
―촬영 중 기억에 남는 것은.
"'킬빌 2'는 일본, 중국, 호주, 미국 등지에서 촬영됐다. 각국의 촬영팀과 같이 일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특히 일본 도쿄에서 중국, 일본 스태프와 함께 가라오케에 갔었는데 누군가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를 부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곧 모두 같이 어우러져 불렀다. 아주 소중한 경험이었다."
―(우마 셔먼에게) 타란티노 감독과 일한 소감은.
"4년 전 캘리포니아의 한 레스토랑에서 처음 만났다. 30번째 생일이었는데 타란티노 감독이 '너를 위해 준비했다'며 '킬빌' 시놉시스(시나리오 초안)를 건넸다. 감동은 받았지만, 아시아 쿵푸 비디오를 잔뜩 보여주며 영화 찍을 준비를 하라고 했을 때는 '이 사람이 내게 농담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내가 쿵푸 연기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러나 어쨌든 나는 브라이드가 됐다. 타란티노는 나의 보스다. 그는 보스라는 소리를 들을 자격이 있다."
/칸=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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