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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미군범죄에 또 솜방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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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미군범죄에 또 솜방망이

입력
2004.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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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들은 나름대로 축제를 즐기고 있는데 한국 사람들이 우르르 덤벼드니까 자기방어를 위해 칼을 휘두른 겁니다. 그걸 왜 이해 못하죠?"지난 15일 서울 신촌에서 행패를 부리다 이를 말리던 회사원 박모씨를 칼로 찌른 주한미군 C일병 사건을 수사 중인 서대문경찰서 외사계 담당자는 미군 공보관처럼 범인을 두둔했다.

그의 말은 점입가경이었다. "C일병 일행은 연세대 축제가 열렸던 신촌에서 도로에 누워 길을 막고, 지나가던 택시 위에 올라가 보닛을 두드리는 등 자기들 나름대로 축제를 즐기고 있었는데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한국 사람들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 "칼을 꺼내든 것은 자기방어를 위한 것이고 C일병이 찔렀다기보다는 박씨가 옥신각신하다가 찔렸다."

기자는 귀를 의심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을 만나 조사를 벌인 시민단체들의 설명은 180도 달랐기 때문이다. 이들에 따르면 C일병은 영화 속 인질극의 한 장면처럼 칼을 꺼내 박씨의 목에 대고 위협하다 사람들이 접근하자 왼쪽 목을 찔렀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C일병은 살인미수 피의자에 해당돼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경찰이 신병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경찰은 단순 상해사건으로 결론 낸 뒤 1시간여만에 미군 헌병대로 넘겼다. 그것도 현장 검증이나 목격자 진술 확보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이 조금만 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했다면, 아니 그에 앞서 목격자 진술을 좀더 신중하게 들었다면 그렇게 쉽게 범인을 인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부에서 "미군의 압력에 굴복했다" "수사가 복잡하니 그냥 끝냈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제라도 서대문서 외사계 입구에 걸려있는 '외사 베스트수사반'이라는 상패가 부끄럽지 않은 수사를 해줬으면 한다.

/신재연 사회1부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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