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측이 주한미군 일부를 이라크로 차출하겠다는 뜻을 한국측에 공식 통보한 것은 14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기각으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한 날이다.정부 관계자는 17일 "탄핵안 기각 직후인지, 이전인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미국측은 14일 외교 채널을 통해 우리 정부에 주한미군 차출 방침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다른 안보 당국자는 "13일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는 주한미군 차출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해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했다.
이 같은 통보시점에 대해 미국측이 이미 주한미군 차출 방침을 정해놓았지만, 노 대통령이 복귀할 때까지 통보를 미뤘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을 예우하고 한국의 정치상황을 배려했다는 것이다.
반면 정치권 일각에선 "총선에서 대미 자주노선을 주장하는 개혁세력이 다수 당선된 것 등 때문에 미국측이 복귀한 노 대통령에게 외교적인 선제공격을 가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정치권 반응
주한미군 일부 병력의 이라크 차출에 대한 여야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확대 해석과 안보불안 심리를 경계한 반면 한나라당은 "우리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칠 중대한 사안"이라며 이번 조치가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했다.
한나라당 이강두 정책위의장은 이날 "그 동안 주한미군의 이라크 배치 가능성을 환기하며 대책을 촉구한 바 있으나,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발표해 온 정부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안보정책 및 이라크 파병대책특위 전체회의를 소집, "정부의 위태로운 문제의식에 대해 엄중하게 경고한다"며 주한미군의 이라크 파병동의 여부, 안보공백 및 경제 대책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이상득 특위 위원장은 "이 같은 결과는 이라크 추가파병 국회동의까지 얻어놓고 지연책으로 일관하며 국제사회의 신뢰를 실추시킨 정부가 자초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선교 대변인은 "국민 불안이 가중되지 않도록 분명한 정부 입장이 필요하다"며 "이번 일이 미군철수로 연결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우리당 장영달 의원은 17일 "주한미군 차출에 따른 공백이 매워져야 한다"며 "정부는 또 주한미군이 이라크에서 임무를 마친 후 복귀를 요청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임종석 의원은 "주한미군 감축은 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라 오래 전부터 논의돼 온 문제"라며 '이라크 차출=감축'을 기정사실화 했다. 임 의원은 "이것을 마치 안보에 구멍이 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과민 반응"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춘 의원도 "동맹국의 입장에서 4,000명 정도 차출은 호들갑 떨지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김종철 대변인은 논평에서 "주한미군이 갈 곳은 이라크가 아니라 미국"이라며 "이라크에서도 철군하고 한반도에서도 물러갈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범기영기자 bum710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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