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는 시골 외딴 집. 이런 저런 사정으로 으스스한 집에 사람들이 도착하고, 한적한 시골 주민들은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 할리우드 스릴러의 익숙한 공식이다. '이블 데드'나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 류의 '하우스 호러' 밑에 숨쉬는 정서는 백인들이 이방인에게 느끼는 혐오와 공포다. 유색인종은 아예 피해자가 되지도 못한다. 문제의 시골은 백인들만 사는 곳이기 때문이다.마이크 피기스(56) 감독의 '콜드 크릭'(Cold Creek Manor)은 뉴욕 근처의 한 외딴 저택을 무대로 삼은 스릴러물이다. 다큐멘터리 감독인 쿠퍼(데니스 퀘이드)와 회사 중역인 그의 아내 리아(샤론 스톤)는 두 아이와 함께 뉴욕의 숨막힐 듯한 삶에 시골로 떠날 것을 결심한다. 그들이 구입한 집은 은행 빚에 넘어간 대저택 '콜드 크릭 매너'로, 부지만 150만평이다. 카메라는 불안한 각도로 대저택을 훑는다. 집안에 뒹구는 책과 사진엔 알 수 없는 불길함이 스며 있다. 햇볕이 잘 들지 않는 크고 어두운 숲, 왠지 모를 적의를 공공연히 드러내는 동네 사람들, 그리고 예전 집주인이었다며 갑자기 나타난 데일(스티븐 도프)까지 모든 게 음산한 분위기에 둘러싸여 있다.
'파 프롬 헤븐'에서 자신의 동성애 기질을 괴로워 하는 남편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데니스 퀘이드(50), 이제는 은은한 매력을 발산하는 샤론 스톤(46)의 연기는 딱히 나무랄 데가 없다. 영화는 시끄러운 효과음에 기대지 않으면서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그러나 '악센트'가 없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1995년)의 감독 마이클 피기스는 각본, 촬영, 프로듀서에 영화음악도 작곡하는 말 그대로 '완전 작가'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런 다재재능을 하나로 꿸 수 있는 집중력은 다시 한번 다음 기회로 미뤄야 할 듯하다. 21일 개봉. 15세관람가.
/이종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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