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의 한 티켓다방에서 일하던 A(18)양은 2003년 말 주인의 지시로 차 배달을 나갔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보니 놀랍게도 지역 경찰서 모 지구대의 회식자리였다. 정복 차림의 경찰관들은 A양에게 술을 따르게 하더니 마침내는 옷을 벗으라고 요구했다. A양은 무섭게만 느껴진 경찰관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고 고발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청소년보호위원회 산하 청소년보호종합지원센터는 17일 경찰관련 청소년 성피해 사례를 발표했다. 일부 경찰관들은 회식자리에 이처럼 청소년을 불러 술 접대와 스트립 쇼를 강요했으며, 성매매 관련 조사과정에서는 심각한 인권유린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지난해 11월 미성년자의 차 배달을 금지하도록 식품위생법이 개정됐지만 일선 다방에서의 청소년 티켓영업 등 불법행위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성년자인 B양은 자신을 고용해 윤락행위를 시킨 티켓다방을 경찰에 고소했다. 부모와 함께 경찰서에 출두한 B양은 잠자리를 같이 했던 남자와 마주앉아 껄끄러운 조사를 받았다. 상대 남성이 성매매 사실을 부인하자 B양은 부모가 보는 앞에서 성 관계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고는 이내 고개를 숙인 채 울고 말았다. 격리 심문이나 청소년 전문 상담원의 도움 등은 기대조차 할 수 없었다.
10대인 C양은 경찰조사에서 아예 죄인신세가 됐다. C양도 윤락행위를 강요한 티켓다방 업주를 경찰에 신고했지만 오히려 경찰은 "신고해서 얻는 게 뭐냐"며 업주를 두둔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억울함을 견디지 못한 C양이 피해사례를 울면서 설명했더니 "너는 뭐 잘했다고 울어" "너도 이 계통에서는 선수 아니냐"는 등의 모욕적인 말이 되돌아왔다.
티켓다방에서 일하는 D양은 "경찰이 단속을 나오면 업주들은 미리 알고 다른 곳에 우리를 피신시키기 때문에 청소년 성매매는 줄어들지 않는다"며 "일부 티켓다방은 차 배달 금지 이후 죽 배달로 위장해 성매매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김영란 지원센터 소장은 "조사과정에서는 전문 상담원을 배석시키거나 여경이 조사토록 해 피해 청소년의 인권을 최대한 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영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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