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오란 저명인사 또는 인기배우가 깜짝 출연하는 것. 별다른 보수 없이 영화에 대한 애정으로 출연한 영화 감독, 소설가, 가수 등 다채로운 카메오는 관객의 입맛을 돋구는 애피타이저 역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 카메오의 유형을 보면 한국영화계의 인맥과 영화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본격 드라마보다는 개성이 강한 영화, 코미디 영화에서 카메오의 감초 활약이 두드러진다.
●카메오의 첫번째 유형은 "예고편" "다음 영화엔 내가 나와요"
2002년 '몽정기'에선 가수 싸이가 어른이 되어 돌아온 주인공 역으로 깜짝 출연을 했고, 올해엔 '아라한 장풍대작전'에서 봉태규가 어리버리한 순경으로 나와 주인공 류승범의 대를 잇게 되리라는 기대를 줬다.
●두번째는 "애정고백형" 후배 감독들이 우르르 나와
임권택 감독의 99번째 작품 '하류인생'은 후배 감독들이 우르르 몰려와 흐뭇한 촬영현장을 만들었다. 배우가 겹치기 촬영을 하느라 애를 태우는 김대승 감독, 주인공 태웅(조승우)에게 "야. 지금이 어느 시댄데 깡패야"라고 호기를 부리는 김영빈 감독, 파출소 안에서 전화를 쓰겠다며 바닥에 내려 놓고 비굴하게 전화를 거는 사람은 김홍준 감독이다. '넘버 3'의 송능한 감독을 비롯, 이들은 현장에 인사하러 들렀다가 전격 캐스팅 되었다.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임 감독이 '감독 역할은 감독에게 맡기겠다'고 한 게 계기가 되었다. 이들은 노 감독에게 '헌정'의 의미로 무보수 촬영에 임했다.
●세번째는 "인맥형" 감독과 친분 때문에
가수 윤도현은 류승완 감독과의 친분으로 '아라한…'에 우정출연했다. 류승범과 단짝인 봉태규도 마찬가지. 박중훈과의 친분으로 '황산벌'에 얼굴을 내민 신현준은 제작사인 씨네월드로부터 '거마비'로 '명품 시계값'도 받고 차기작 '달마야 놀자2'에 캐스팅 되는 행운도 누렸다.
●네번째는 특별출연 이외수 "아라한" 깜짝출연
'아라한…'의 류승완 감독은 평소 '도'에 관심이 많은 이외수 작가를 존경해 작가를 만나러 갔다가, 영화에 해박하고 자신의 아들까지 감독 데뷔를 앞두고 있는 그를 도인 역에 즉석 캐스팅했다.
영화사는 감사의 표시로 여행권과 영화 속 사진을 묶은 앨범을 증정했다.
●다섯번째는 "도장형" "이 영화 내가 연출했어요"
'알프레드 히치코크 과'라고 볼 수 있는 이들은 직접 단역으로 출연 인력난도 해결하고 '자신의 영화'라는 도장도 찍는다.
'눈물'에서 의사로 나온 임상수, '황산벌'에서 북치는 병사로 나온 이준익 감독 등이 대표적이다. 감독끼리 우정 출연을 하기도 한다. 봉준호 감독은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 형사로 출연했다.
●재미있지만 오버하면 "배탈"
물론 팬 서비스도 지나치면 관객에게 실례가 된다. 두 시간의 상영 동안 잠시 쉬어가는 역할을 마다하고, '오버'하면 극 흐름을 깨뜨린다. 그러나 관객에게 카메오는 영화를 달리 볼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지금 당장 영화 속에 나왔던 카메오 이름을 엔딩 크레딧에서 확인하는 재미를 느껴보시길.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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