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이 주로 학살과 인권유린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민주주의 쟁취를 위한 투쟁 사실은 뒷전으로 밀려 버렸습니다. 광주항쟁의 본질은 반민주세력의 '야만사'가 아닌 민주세력의 민주화 대장정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5·18민주화운동 24주기를 맞는 윤상원민주사회연구소 정재호(47·왼쪽) 소장과 이강복(38·오른쪽) 학술국장, 이상호(44) 연구위원 등 이른바 연구소 '삼총사'의 감회는 남다르다. 1980년 5·18 당시 계엄군의 무자비한 총칼에 맞섰던 '광주 영령'들의 한과 절규가 서려있는 '그때 그 자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길잡이 책을 2년의 노력 끝에 완성했기 때문이다.
책 이름은 '오월꽃 피고 지는 자리'. 당시 항쟁지도부의 최후 항전지였던 전남도청과 계엄군의 총칼이 난무한 금남로, 저항과 학살의 현장이었던 공용터미널 등 5·18 전적지 24곳을 현장 가이드 없이 테마별로 '나 홀로 답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정 소장이 이 국장 등과 함께 공동작업에 들어간 것은 2002년 초. 광주항쟁의 역사기념 작업이 역사현장의 보존·관리보다는 거대한 기념물만을 만들어내면서 '박제화'하고 있는 것을 보다 못해 "5·18 정신을 제대로 되살려 내자"며 의기투합한 것.
이들의 책 만들기 작업은 또 하나의 5·18 역사나 다름없었다. 전적지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찾아 다녔고, 당시 치열했던 열흘간의 광주 상황을 전적지별 현장사진과 함께 시간대별로 조목조목 기록했다.
당시 현장을 그대로 담아내기는 쉽지 않았다. 대부분 5·18사적지가 그렇듯 당시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전적지를 5개 그룹으로 묶어 전적지도와 함께 실어 당시 상황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이 당시 열흘 간의 짧은 항쟁역사의 중심지를 전남도청으로 설정해 5·18을 재해석한 부분과 '시가전(금남로)' '시민군 결성 및 전투교육장(광주공원)' '대치선(광주교도소)' 등 전적지마다 나름대로의 성격 규정을 내린 것도 눈길을 끈다.
정 소장은 "지금까지의 항쟁의 최초 발원지인 전남대 정문 중심의 '발생지 역사접근' 방식은 항쟁정신 계승에 한계가 있다"며 "5·18에 대한 진실규명과 해석은 항쟁과 의사결정이 이뤄졌던 항쟁지도부를 중심으로 재조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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