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의 야전부대인 한국은행 외환시장팀. 원·달러시장 최전방에서 환율안정을 위해 시장참여자들과 끊임없는 머리싸움을 벌이며 때론 달래고, 때론 경고하고, 그래도 말을 듣지 않으면 행동(개입)도 불사하는 곳이다. 이 '터프'한 바닥에 지난달 처음으로 여성인력이 배치됐다. 한은 역사상 1호 여성딜러가 된 최정화 조사역(28)은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흥미롭다"고 말했다.1,60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을 운용하는 외화자금국에도 올초 첫 여성딜러가 탄생했다. 외자국 운용3팀 오지현 조사역(25)의 업무는 보유외환 가운데 비상시 '즉각 동원' 가능한 유동성 자산을 관리·운용하는 것. 거래가 국제금융시장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남들과는 달리 일주일 두 번 정도 오후3시에 출근, 밤 12시에 퇴근한다.
한은에 '금녀(禁女) 지대'가 사라지고 있다. 어딜 둘러봐도 '감색 양복-흰 와이셔츠'뿐이었던 한은에 여성 대졸자들이 대거 지망하고, 특히 남성들로만 짜여져 있던 핵심부서에 여성인력이 전진 배치되면서, 중앙은행의 오랜 '성벽(性壁)'이 하나 둘씩 무너져내리는 모습이다.
2000년까지만 해도 39명 신입직원중 여성은 단 2명. 그러나 2002년 신입여성비율이 10%(60명중 6명)를 기록, 처음 두자릿수에 진입한데 이어 2003년엔 15%(74명중 11명)로 높아졌고 올해는 본점신입행원 71명중 여성이 무려 22명에 달해 30%를 넘어섰다. 한은 인사 관계자는 "아직도 외국중앙은행에 비하면 여성비율은 낮은 편이지만 지금 추세라면 계속 높아질 전망"이라며 "성적도 뛰어나고 업무능력도 전혀 남성들에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통적 중추부서인 조사·정책기획·금융시장국에도 여성인력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박지원 조사역(24)은 한은 금리정책을 담당하는 정책기획국의 홍일점 조사역. 과학고-공대-경제학석사 출신의 이색이력을 가진 김민정 조사역(25)은 경기분석과 전망을 총괄하는 조사국 조사총괄팀에서 활동중이다. 금융시장국 채권시장팀의 천재정 조사역(27)은 "업무에 관한 한 여성이기 때문에 불편한 점은 없다"며 "한은내에서 여성인력의 역할을 새롭게 개척해야 하는 세대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달엔 이성남씨가 사상 처음 여성 금통위원까지 선임돼 중앙은행의 '우먼파워'는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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