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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올림픽 金비법전수]<2> 레슬링 심권호-임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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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올림픽 金비법전수]<2> 레슬링 심권호-임대원

입력
2004.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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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굴리고 싶었다."무려 10년이다. 강산은 속절없이 변했지만 임대원(28)에게 결코 바뀌지 않는 철옹성이 있었다. 그것은 국내 첫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작은 거인' 심권호(32)가 꿰차고 있는 한국 그레코로만형 경량급 왕좌다. 심권호가 존재하는 한 임대원은 2인자에 불과했다. 1995년 임대원이 한국체대에 입학해 처음 만난 심권호가 이듬해 애틀랜타(48㎏급)에서 노다지를 캤을 때만 해도 '꼭 본받고 싶은 선배'였다.

통산전적 10전 전패, 절대 이길 수 없는 심권호를 세월이 데려가기만 기다렸다. 하지만 심권호가 2000시드니올림픽(54㎏급)에서 다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지난해 5월 올림픽 3연패를 외치며 매트로 돌아오자 '꼭 눌러야 하는 숙적'으로 돌변했다. 오죽하면 임대원의 어머니가 "우리 아들 앞길 막는 원수 같은 놈"이라고 했을까.

그리고 기회가 왔다. 지난해 11월 임대원은 드디어 올림픽 1차 예선 준결승에서 작은 거인을 들어 던지기로 메쳤다. 함께 선수생활을 한지 10년만의 첫 승이자 꿈에 그리던 올림픽무대를 밟을 수 있는 발판이었다.

패자는 사라져야 하는 법이지만 심권호는 다시 돌아왔다. "아무 생각도 안 난다"고 할만큼 후배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던 심권호가 지난달 25일부터 태릉선수촌에 국가대표 트레이너로 나선 것. 그것도 자신을 쓰러뜨린 임대원을 맡았다.

"스포츠 세계에서 영원한 승자는 없어요. 언젠간 질 줄 알았죠. 상대가 대원이었다는 게 오히려 마음 편해요." 매트 위에선 한치의 양보도 없는 승부사지만 심권호는 "제가 가진 전부를 대원이에게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둘은 여전히 함께 매트 위에 있다. 하루종일 매트를 뒹굴며 기술을 연마하고 있다. 심권호가 전하는 금메달 비법은 말로 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것. 레슬링은 살과 살이 부딪히는 경기라 순식간에 기술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비디오로 봐도, 말로 설명해도 안 되는 부분이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심권호의 표현을 빌자면 '다듬기'다. "대원이도 서양 선수들이 약한 기술은 다 알고 있죠. 아니 저보다 잘하는 것도 있어요. 그래서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이 먹히도록 하는 과정입니다. 일단 잡히면 돌아가니까요."

임대원의 말도 다르지 않다. "권호형 이겨보려고 얼마나 곁눈질로 훔쳐보고 연구하고 훈련했는데요. 웬만한 권호형 기술은 다 알아요. 그걸로 여러 선수들 무찔렀는데 유독 권호형한텐 안 먹히더라구요."

심권호가 끼어 들었다. "몸에 배야 돼. 내가 목 감아 돌릴 때 그 느낌 기억하지?" 임대원의 대꾸. "같이 선수할 땐 절대 안 가르쳐주더니 지금은 너무 진지하게 가르쳐줘서 놀랄 정도라니까요. 형이 몸으로 한번 시범 보이고 해보면 '아∼ 이런 거구나' 싶을 때가 많아요."

둘의 목표는 당연히 임대원의 아테네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54㎏급 금메달. 가장 경계할 상대는 쿠바와 러시아다. 그래서 현재 공을 들이고 있는 기술도 서양 선수들이 목이 긴 점을 이용한 목감아돌리기와 옆굴리기다.

"예전엔 얄미워 죽겠더니 지금은 너무 힘들어 죽겠어요. 하지만 세계 최고를 이겼으니까 두려울 게 없습니다." 임대원이 당찬 포부를 밝히자 심권호가 농을 던진다. "나 이겼다고 엄청 자랑하는데 내일 훈련 한번 두고 봐라." 금밭을 다지는 네 살 터울의 청년들이 함께 웃는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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