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의 고공행진이 계속되면서 국내 관련 업계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고유가의 직격탄을 맞은 석유화학과 정유, 항공업계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는 등 원가 경쟁력 유지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일찌감치 비상경영에 들어간 항공업계조차 유가 동향을 지켜보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못해 무력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 절약이 경쟁력
석유화학 업체인 삼성아토피나는 17일 고홍식 사장 주재로 '고유가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에너지와 물류, 구매비용 등 각 부문별로 생존원가 달성을 위한 대책을 수립하는 등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삼성아토피나는 당초 올해 나프타 기준가격을 톤당 260달러, 환율은 1달러당 1,100원으로 예상했으나 현재 나프타 가격은 380달러에 육박하고 있는데다 환율도 1,183원으로 급등, 수지타산을 맞추기 힘든 상황이다.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는 합성수지를 비롯한 각종 제품 제조원가의 70% 정도를 차지할 만큼 가격 영향력이 막대하다.
LG화학과 한화석유화학 등도 '에너지 절약이 곧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판단에 따라 비용 절감과 함께 시장 가격에 영향을 덜 받는 고부가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유가가 오르면 제품 값에 반영, 수익 악화를 피해왔으나 지금처럼 내수가 침체된 상황에서는 가격 인상도 어렵다"며 "향후 유가 움직임에 따라 투자 재검토 등 사업계획을 수정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유업계도 연초 평균 두바이 유가를 25∼30달러 선으로 예상했으나 이미 14년 만의 최고치인 35달러를 넘어서자 당혹해 하고 있다. SK(주)는 안정적인 원유 수급을 위해 장기 도입물량을 확대하고 현물시장에서 다양한 수입선을 발굴하는 작업을 강화하고 있으며, LG칼텍스정유는 원유가격 및 거래선 동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비상시스템을 구축, 가동하고 있다.
비상경영도 역부족
항공업계는 비상경영을 강화하고 있지만 항공유 비축분이 거의 바닥나는 등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이미 고유가가 6개월 이상 지속돼 비축분도 바닥난 상태지만 경제속도를 유지해 기름을 절약하는 것 말고는 손 쓸 수 있는 방책이 없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이미 유가 비상계획에 따라 현재 2단계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각 본부별로 운영비용을 조정하고 직원 휴가를 적극 소진토록 권유하는 한편 유류비 절감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항공기에 대해서는 탑재 무게를 줄이고 출발지와 도착지 유가를 파악해 저렴한 지역에서 추가 급유를 받도록 하는 방안 등을 적극 실천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도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원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지만 장기적인 내수침체 상황에서는 이를 제품 값에 반영하기 어렵다고 판단, 원가절감 대책을 재점검하고 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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