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많은 선거자금을 모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모금공로자에게 정부 고위직을 주는 등 특권적 보상을 해온 사실이 확인됐다.워싱턴포스트는 16일 부시 대통령의 모금 방식과 모금자에 대한 보상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관해 심층 보도했다. '파이어니어 계획'이라고 명명된 부시의 모금 방법은 개인 당 선거자금 기부 상한이 1,000달러로 제한됨에 따라 고안된 네트워크식 모금 방식이다.
'파이어니어'(개척자)는 최소 10만 달러 이상의 선거자금을 모금한 사람들을 부르는 이름으로, 이 중에서 20만 달러 이상을 모금한 사람은 '레인저'(특공대)라는 명칭을 받는다. 2000년 대선에서 부시의 '파이어니어'는 총 248명이었으며 이중 126명은 2004년 대선자금 모금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백악관이나 행정부의 고위직을 얻거나 정책 결정과 관련한 접근권을 얻는 방식으로 보상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가 대선을 앞둔 2000년께 파이어니어였던 것으로 확인한 246명 가운데 104명은 정부 고위직을 얻었거나 지명 받은 상태다. 이 중 23명의 파이어니어가 대사로 임명됐다. 도널드 에반스 상무장관, 일레인 차오 노동장관, 톰 리지 국토안보장관 등도 파이어니어였다.
또 2000년 대선 직후 파이어니어 중 최소 37명이 정권인수팀에 참여, 기업활동과 직결되는 핵심 규제관련 정무직 임명에 영향을 발휘했다. 레인저 로비스트들은 로비가 잘 진행되지 않을 경우 백악관 정치담당 고문인 칼 로브에게 전화를 걸어 요구사항을 전달할 정도로 확실한 창구를 보장받았다.
워싱턴포스트는 다른 행정부에서도 이런 일은 있었지만 부시 행정부는 이를 제도화했다는 데 차별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파이어니어 계획은 처음 본인과 가족의 인맥 중심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511명의 파이어니어가 활동하고 있는 것은 이들이 부시 행정부의 보상의 효과를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부시는 1998년 이래 2억9,630만 달러(약 3,555억원)라는 막대한 선거자금을 모았다.
현재 스웨덴 대사 인준을 기다리고 있는 M. 틸 비빈스는 2001년 BBC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아무리 뛰어다녀도 대통령을 직접 만나기 어렵지만, 수십만 달러를 모은다면 대통령과 춤도 출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이경기자 moonl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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