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쇼크, 미 금리인상 조짐, 고유가 기조, 이라크 먹구름 등 우리 경제는 연일 불안한 세계 경제의 조류 속에서 요동치고 있다. 경제가 어렵다는 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것은 내수의 핵심인 투자를 이끌어 내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에 있어서도 정부와 노동계, 재계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를 해소할 묘책이 요원한 실정이기 때문이다.정부는 지난 7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3만3,000여명의 정규직화와 정규직 대비 80% 수준의 점진적 임금인상 방침을 기본으로 비정규직 차별문제에 대한 대책의 방향을 제시했다. 정부는 그러나 11일 국무조정을 거친 후 최종안을 발표하겠다던 당초의 계획과 달리 민간 부문에 미칠 파급효과와 재계의 반발을 이유로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 이후로 공식안 확정을 연기하였다.
현재 우리나라 노동 시장의 비정규직 비중은 50%를 훨씬 웃돌고 있다. 게다가 분사, 아웃소싱, 외주 등 다양한 형태의 구조조정, 기업의 노동유연성 제고 및 비용절감 노력과 함께 비정규직 고용형태는 지금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노동계는 오래 전부터 비정규직에 대한 암묵적 차별에 대한 시정책을 하루 속히 현실화하라고 요구해 왔다. 이러한 요구는 참여정부의 '분배를 통한 성장정책'을 등에 업고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그러나 재계의 사정도 어렵다. 경기 변동은 피할 수 없는 것인 만큼 불황에 대비한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는 필수적이며, 경제 상황이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는 만큼 시장원리에 입각한 성장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기술개발과 투자촉발은 경제성장의 두 축 가운데 하나인 내수를 살리는 제1의 대안인 만큼 결코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
해외에서도 우리나라의 노사관계 문제를 끊임없이 지적해 왔다.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는 조사대상 60개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의 일환으로 정규직 임금의 80%에 이르는 임금수준을 보장하는 등의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분배가 개선되는 듯한 효과를 낳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노동시장이 경직되고 경기악화 시 신속하고 효율적인 구조조정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침체기 때 구조조정을 통해 살아 남아 경기회복기에 대기노동인력을 다시 불러들일 기업마저 교각살우 격으로 아예 도산해 버릴 우려가 있다.
정부는 분배개선 및 비정규직의 어려움을 도외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그러므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경영성과에 반영함으로써 재계의 양보를 얻어내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연일 발생하는 악재와 경제성장률이 5%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 하에서 기업이 근본적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은 경영투명화다. 작은 노동시장을 어떻게 나눠먹을까 격투를 벌이기보다 규모자체를 키워 고용흡수력을 높이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침체된 지방 중소기업을 성장으로 이끌 기업도시의 육성이 적극 추진되어야 한다. 최근 특혜논란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삼성의 아산 탕정 기업도시 추진안은 주도 기업과 하도급 기업간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성장의 기치를 늦출 수 없는 우리의 현실에 돌파구 역할을 할 것이다. 필립스와 협력하여 파주에 전자도시를 구축중인 LG의 경우도 같은 맥락에서 거점식 집중성장의 발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며 그 개발이익은 문화시설 및 도로 등의 SOC(사회간접시설) 개발에 돌릴 수 있을 것이다
정책이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기업과 국민이 성장과 발전이라는 근원적인 철학을 잊고 헤매게 된 것은 아닌지 정부는 깊은 반성에 잠겨보아야 할 것이다. 분배냐 성장이냐의 소모적 논쟁만 할 때가 아니다.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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