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한상영관이 14일 대구에서 문을 열었다. 성인 전용인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만 상영하는 극장으로 우선 2군데로 시작했지만 이달 말까지 전국적으로 13개 극장이 차례로 문을 열 계획이다.관심을 끌었던 개관작은 카트린느 브레야 감독의 '로망스'. 남자에게 의존적인 삶을 살던 여교사가 성적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문제가 된 6분 가량의 노출 장면을 잘라내고 2000년 18세 관람가 등급을 받아 개봉했다가 이번에 무삭제로 선보였다.
그렇다면 처음으로 본격 성인 영화를 표방한 제한상영가 작품의 표현 수위는 어느 정도일까. 기껏해야 16㎜ 에로 영화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가 충격을 받았다. 아직 국내 극장에서 제대로 드러난 적 없는 성기가 버젓이 노출돼있고, 여성을 밧줄로 묶어놓고 가하는 성적 학대와 아기가 머리를 내미는 출산 광경을 화면 가득 확대해 보여주는 장면 등은 예상을 뛰어 넘었다.
이쯤 되면 과연 제한상영가 영화의 표현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의문이 든다.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한 심의위원에게 이번 작품이 포르노와 무엇이 다른 지 물어봤다.
심의위원은 "유명한 감독의 예술 작품인 만큼 일부 장면만 놓고 포르노로 볼 수는 없다"며 "국내 배급사로부터 성기도 가짜로 만들어 붙이고, 배우들이 실제 성행위를 한 것이 아니어서 포르노는 아니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관객은 화면만 보고 실제 성기 및 성행위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이 점에 대해 영등위 심의위원도 "실제 성행위는 안되고 유사한 것은 괜찮다는 구분 기준이 모호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제한상영관의 등장으로 표현 수위가 얼마나 높아질지 걱정"이라며 "이 부분은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제 물꼬는 터졌다. 멍석을 깔아주고 춤판을 허락한 이상 광대들이 입장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관리다. 터진 물줄기가 둑을 넘어 범람하지 않도록 제한상영관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자유로운 성인 문화도 좋지만 청소년 보호도 중요한 만큼 정부 관계 기관 뿐 아니라 영화계, 일반 시민단체 등 우리 사회 모두가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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