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현(20·엘로드)이 막판 저력을 발휘하며 미뤄왔던 국내 무대 첫 우승의 꿈을 이뤘다.16일 경기 용인 88골프장 서코스(파72·6,168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MBC-XCANVAS 여자오픈 골프대회(총상금 2억원) 최종3라운드. 최후의 승자는 자존심 대결을 벌였던 '골프여왕' 박세리(27·CJ)도, '메이저퀸' 박지은(25·나이키골프)도, 첫날 깜짝 선두를 달렸던 아마추어 이서재(16)도 아니었다. 미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국내 나들이에 나선 '신데렐라' 안시현의 역전 무대였다.
전날 5타를 더 줄이며 박지은과 공동 선두에 오른 안시현은 이날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수확하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치며 6언더파 66타를 기록, 합계 10언더파 206타로 박지은(7언더파)을 3타차로 따돌리고 우승(상금 3,600만원)을 차지했다.
11번(파4)홀의 티잉그라운드에 오르기까지 챔피언조 대결을 펼친 안시현과 박지은의 간격은 3타차. 우승고지의 9부 능선을 넘은 것처럼 보였던 박지은은 그러나 이 순간 티샷을 OB내는 어이없는 실수로 더블보기를 기록하면서 우승의 향방을 갑자기 안개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이후에는 완전히 안시현의 원맨쇼였다. 12번홀(파4)에서 곧바로 버디를 낚아 공동 선두에 오른 안시현은 의기소침해진 박지은이 나머지 7개홀에서 한 타도 줄이지 못하는 사이 14번홀(파4)에서 7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데 이어 파4의 17번홀에서도 또 다시 6m짜리 버디퍼트를 홀에 떨궈넣어 박지은의 추격의지를 꺾었다.
2타차로 앞선 채 마지막 홀(파5)에 나선 안시현은 3번째 어프로치 샷을 홀 옆에 붙인 다음 챔피언 버디퍼트를 성공시키면서 환호하는 구름갤러리의 '커튼 콜'에 답했다.
안시현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지난해 데뷔 이후 동갑내기 라이벌 김주미(20·하이마트)의 그늘에 가려 준우승만 3번 차지하면서 겪었던 무관의 설움을 말끔히 씻게 됐다. 안시현은 경기 뒤 "우승을 생각하지 못했다"며 "날개가 있다면 날아가고 싶을 만큼 기분이 좋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1타차 공동 4위로 특유의 최종일 역전 우승을 노렸던 박세리는 드라이버 샷이 자주 페어웨이를 빗나가면서 오히려 2타를 더 잃어 2언더파 공동 9위에 그치면서 타이틀을 지키지 못했다.
해외파에 맞선 국내파들은 2타를 더 줄인 박현순(32)을 비롯해 아마추어 박희영(17·한영외고) 등이 6언더파로 공동 3위, 김주미와 박원미(19), 정윤주(23) 등이 공동 6위에 오르는 데 그쳤다.
/용인=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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