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원 미만의 다중채무자를 대상으로 한 배드뱅크 프로그램이 이번 주중 본격 가동되면서 신용불량 사태가 다소 수그러들 전망이다. 개별 금융기관들이 시행중인 신용갱생 프로그램에다 개인워크아웃제도와 배드뱅크, 여기에 9월부터 시행되는 법원 중심의 개인회생제도까지…. 이용자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넓어진 만큼 혼란스러운 측면도 있다. 따라서 무턱대고 지원신청만 할 게 아니라 각 신용회복 제도의 특징과 장단점을 비교해 가며 나에게 적합한 갱생의 길을 선택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배드뱅크와 개인워크아웃
2곳 이상의 금융회사로부터 빚을 진 신용불량자라면 일단 배드뱅크나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제도가 적격이다. 금융감독원과 자산관리공사 등에 따르면 배드뱅크 운영기관인 한마음금융(주)이 20일 공식 출범, 3개월 동안 희망자의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대상은 올 3월 10일 현재 2개 이상 금융기관에 5,000만원 미만의 빚을 6개월 이상 연체 중인 신용불량자. 배드뱅크의 도움을 받으려면 일단 채무 원금의 3%를 먼저 갚아야 한다. 나머지 빚은 최장 8년까지 저리(6% 안팎)로 나눠 갚게 된다. 한마음금융은 17일부터 인터넷 홈페이지(www.badbank.or.kr)나 콜센터(전국 1588-3570, 02-2193-0300)를 통해 예약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개인워크아웃 역시 최장 8년 분할 상환을 하도록 하고 최저 6%까지 이자를 낮춰주기 때문에 지원내용은 비슷한 편. 다만 배드뱅크는 5,000만원 미만의 빚을 진 사람만 신청할 수 있지만 개인워크아웃은 총채무가 3억원까지로 대상이 넓다. 또한 개인워크아웃은 부동산 대출 같은 담보채권 등도 모두 포함시켜 분할 상환케 하지만, 배드뱅크는 신용대출 같은 무담보채권만 지원한다.
반면 신용회복위원회는 지원 상담과정에서 빚 갚을 능력을 꼼꼼히 따지지만 배드뱅크는 빚 갚을 의사(원금 3% 선납)만 확인하기 때문에 이용자 입장에선 부담이 적은 편. 또 빚진 금융기관을 일일이 찾아 다닐 필요가 없는 등 신청절차가 간편하고, 감면규모를 총 채무액의 3분의 1 이하로 제한하는 개인워크아웃과 달리 연체이자를 전액 감면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개인회생제도
금융기관 한 곳에서만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됐다면 해당 금융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순서다. 각 금융회사마다 대환대출(연체채무를 장기대출로 바꿔주는 것), 원리금 분할상환, 만기연장 등의 방법으로 지원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사채시장에서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하고 있는 악성 채무자들은 현재로선 어떤 제도로도 신용회복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태. 개인워크아웃이나 배드뱅크 모두 대상채무를 제도권 금융기관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9월부터 도입예정인 법원 중심의 개인채무자회생제도가 본격 시행될 경우 이들도 구제를 받을 길이 열리게 된다. 아직 구체적 시행안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개인회생제는 사채까지 포함해 최대 15억원의 채무를 조정해주는 법적 절차이므로 사채 이용자의 갱생을 돕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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