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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110> 장 가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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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110> 장 가뱅

입력
2004.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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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년 5월17일 프랑스 영화배우 장 가뱅이 파리에서 태어났다. 1976년 파리 근교 뇌이쉬르센에서 몰(沒). 1951년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최우수 남우상을 받은 가뱅은 프랑스 유성영화 1세대를 대표하는 배우다. 본명은 장 알렉시스 몽코르제. 그는 바로 뒤 세대에 속한 알랭 들롱과 장 폴 벨몽도, 그리고 다시 그 뒤 세대의 제라르 드파르디외와 함께 한국 영화 팬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프랑스 남자 배우일 것이다.가뱅은 20대 초부터 연극계와 가요계를 들락거리다가 1930년에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 뒤의 긴 커리어를 통해 그는 쥘리앵 뒤비비에('페페르모코': 1937), 마르셀 카르네('안개 낀 부두':1938, '새벽': 1939), 장 르누아르('위대한 환상': 1938, '인간 야수': 1938, '프렌치 캉캉': 1954) 같은 거장들과 작업하며 1백 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했다. 가뱅이 데뷔 초기에 뿜어냈던 반항아 이미지는 나이와 함께 그의 연기가 더욱 무르익으면서 일종의 권위주의적 비순응주의로 침전됐다. 영화 속에서 가뱅이 맡은 인물의 삶은 자주 일탈적이었고, 결국은 을씨년스러운 죽음으로 마무리되곤 했다.

동아시아권에는 '망향(望鄕)'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페페르모코'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나온 유럽 영화로는 최대의 상업적 성공을 거두며 가뱅의 얼굴을 프랑스 바깥으로까지 알리는 계기가 됐다. 가뱅이 역을 맡은 강도 상습범 페페는 파리에서 도망쳐 알제리의 카스바에 은둔하며 그 곳 암흑가를 지배하고 있다. 페페는 지역 주민들에게 얻은 신망에 힘입어 경찰의 손아귀를 번번히 피해나가지만, 파리에서 여행 온 한 여성과 사랑에 빠지면서 비극적 최후로 돌진한다. 뒤비비에 감독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영화는 1940년대에 개화할 필름누아르와 네오리얼리즘의 씨앗을 품고 있었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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