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민정수석이 청와대를 떠난 지 3개월여 만인 16일 시민사회수석으로 복귀했다. '왕수석'이 돌아옴에 따라 청와대 내 권력구도는 불가피하게 재편될 전망이다. 정무수석은 폐지되고 비서실장 산하 정무팀으로 축소했다. 과반여당이라는 새로운 정치환경에서 대국회, 대정당 관계를 정책위주로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왕수석의 컴백
윤태영 대변인은 이날 오후 1시 발표 때까지만 해도 "시민사회수석은 당분간 공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오후 2시를 지나 문 전 수석이 수락의사를 밝혀옴으로써 추가로 인선을 발표하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문 전 수석은 15일 노무현 대통령을 만났을 때에도 "잠시 시간을 달라"며 결심을 미뤘다.
노 대통령 측근들이 대부분 떠나간 청와대에는 새로운 구심점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김우식 비서실장, 박봉흠 정책실장 등 중도적 인물 중심이었던 청와대에서 정찬용 인사수석만이 개혁 목소리를 높이며 고군분투했으나, 문 전 수석이 강력한 우군으로 가세하게 되는 것이다. 시민사회 수석실은 산하에 사회조정 1,2,3 비서관실을 두고 주요 사회갈등이 돌출할 때마다 태스크포스 형식으로 담당하게 된다. 이해충돌과 조정에 청와대가 직접 개입할 태세를 갖춘 셈이다.
사시 22회의 문 전 수석은 1982년 노 대통령과 부산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며 인연을 맺은 동지적 관계이다. 참여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하며 이가 10개나 빠지는 등 격무를 해 지난 2월 "쉬고 싶다"고 읍소한 끝에 사직을 허락 받았다.
정무수석실 축소
정무수석실은 당초 홍보수석실로 편입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무기획, 정무비서관 등 정무팀으로 축소돼 비서실장 산하로 들어갔다. "현안 대응뿐 아니라 장기적인 국정운영 기획, 정무관련 상황 파악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책실은 금융, 산업정책, 농어촌 등 총괄적인 경제기획을 담당하는 정책기획수석실과 사회정책, 교육문화, 노동을 담당하는 사회정책수석실로 정리됐다. 정책기획수석실은 사실상 경제수석실이 부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또 비서관급이 세분화됨에 따라 청와대가 과거처럼 각 부처 업무를 장악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책실은 대국회, 대정당 관계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비서실장을 보좌하기 위해 신설된 업무조정비서관은 청와대 내 현황파악, 조율을 맡아 상당한 힘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폐지까지 거론됐던 외교보좌관은 존치하게 됐지만 이번에도 인선난을 겪고 있다.
후속 비서관 인사는 17일 예정돼 있다. 문 전 수석의 복귀와 함께 설동인, 정윤재, 송인배, 최인호씨 등 이른바 '부산파'가 얼마나 들어올지가 관심거리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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