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저거 내 이야기인데…" "맞아, 나도 저랬어…"마치 일상의 한 단면을 뚝 잘라서 화면에 담은 것처럼,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소재로 한 광고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대부분 광고들이 멋진 외모의 모델을 내세워 꿈 같은 장면을 연출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이런 광고들이 갖는 울림은 깊고도 크다. 비록 화려한 맛은 없어도, 누구나 자신의 경험을 떠올릴 만큼 자연스럽고 친숙한 장면이 오히려 더욱 큰 공감대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일상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리면서 공감대를 자아내는데 가족만큼 딱 맞는 소재가 없기 때문일까. 이런 광고들이 가장 많이 다루는 소재는 가족이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서울우유 '미운 네 살'편(제일기획 제작)이 대표적이다.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엄마에게 혼나면서 울음을 터뜨리는 꼬마. "거짓말하면 엄마 딸 아니라고 그랬지"라는 엄마의 꾸지람에 울음소리는 더욱 커진다. 엄마가 우유를 건네며 "이제 엄마 딸 할거지"라며 달래자 마침내 울음을 그친다.
어린 딸을 혼내고 마음 속으로만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라고 속삭이는 엄마의 모습에 누구나 가슴 한편이 찡할 것 같다. CF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는 '엄마 딸 할거지'라는 말과 관련, 자신의 추억을 떠올리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조흥은행이 모처럼 내놓은 CF '고객의 꿈'편(영컴 제작)도 비슷하다. 바닷가에서 아이들과 뛰놀던 아버지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내 집의 꿈을 이뤘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어렵게 내 집 마련에 성공한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하다.
이런 광고에서 가족 못지않게 인기 있는 소재는 연인 간에 벌어지는 해프닝.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은 거쳐가는 통과의례와도 같은 경험이기 때문이다.
술 취한 여자친구의 등을 두드려주며 걱정하다 어색한 키스를 하는 대학생의 모습을 그린 스피드 010 '홍대앞'편(TBWA코리아 제작)이 대표적인 경우. 키스한 뒤 "술 냄새 나지"라고 묻는 여자의 한마디가 압권이다.
일반인 모델을 기용하는 것도 특징. "제가 없으면 많이 우실 꺼 같아요. 군대 갔다 오면 잘 해드릴 거에요", "우시더군요. 내 새끼가 새끼 낳는다고 고생했다고" 등 어머니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독백이 이어지는 CF 삼성생명 '어머니'편(제일기획 제작)에 나오는 모델들은 모두 일반인들이다.
제일기획 박은숙 대리는 "소비자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전략을 담은 이런 광고를 '인사이트 광고'라고 부른다"면서 "제품 자체에 대한 홍보보다는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때로는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